오랜만에 트위터(현 X) 계정을 열어 제 계정에 ‘뉴스레터’를 검색했습니다. 몇 년 전 뉴스레터를 보내 보겠다며 어떤 요일, 어떤 시간이 좋냐는 투표를 올린 기억이 있거든요. 길어야 2, 3년 전이겠지 했던 날짜는 무려 5년 전이었습니다. 맙소사. 그 사이 세상이 참 많이 변했죠. 음악을 다루는 지면은 줄어들고, 레거시 미디어의 힘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채널이 빠르게 성장했고, 날이 갈수록 권위보다는 숫자가 중요해졌죠. 눈이 휙휙 돌아가는 사이 변하지 않은 건 저뿐이더라고요. 시대와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같은 자리에 앉아 ‘이 물건 참 좋은데 한 번만 보고 가라’면서 권하는 사람 말이죠.
안녕하세요. 음악 좋아하고 시키는 거 요즘은… 좀 골라하는, 김윤하입니다. 보통은 음악평론가라고 불리는데요, 마음가짐은 처음 음악 좋아하던 때와 똑같은 그런 사람입니다. 아마 이 메일을 받고 놀라는 분도 계실 거에요. 작년 ㅎㅇ님의 ‘콘텐츠로그’를 보고 미리 신청해주신 분들, 오픈 공지를 보고 직접 구독 버튼을 눌러주신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새로 나온 한국 음악을 소개해 드릴게요. 앨범이나 곡일 수도, 뮤직비디오나 콘텐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이나 행사도 포함하고요. 최대한 경계 없이, 지금 한국음악계에서 제일 좋고 멋진 것들을 부지런히 배달해 드리는 게 저희 픽서비스의 목표입니다. 참, 3PICKS 간단 리뷰에는 일본어도 함께 병기될 예정인데요, 이유는 앞으로 뉴스레터를 받아보시다 보면 천천히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정식 1호 발매 전, 앞으로 3PICKS에 어떤 음악이 추천될지 느슨한 힌트가 되는 저의 인생 한국 앨범 3장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인생 한국 앨범 3장도 궁금해지네요. 그럼 앞으로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윤상 [Insensible] (1998.05)
이 앨범을 사려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뛰어 교문을 1등으로 빠져나간 기억이 생생합니다. 윤상은 제가 태어나 처음으로 산 카세트테이프의 주인공이기도 해요. 어떤 경험이든 처음은 잊기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그 뒤로 아무리 많은 음악을 들어도 다시 마법처럼 처음 음악을 듣던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앨범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운드 디자인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뜨겁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소리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이 앨범으로 배웠습니다. 이들의 유명한 노래 ‘습관’만큼이나 멋진 후렴구를 가진 ‘너에게 보내는 노래’로 시작하는 앨범을 평생을 두고 마르고 닳도록 듣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 ‘일상다반사’가 전하는 담담한 위로는 아마 제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변하지 않는 큰 힘이 되어주겠죠.
좋은 음악은 영원히 늙지 않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저에게는 에레나의 이 앨범이 그 증거 같은 작품이에요. 벌써 발매된 지 20년에 가까워져 간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앨범에 담긴 멜로디 하나, 노랫말 하나가 각각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나만의 보석함에 곱게 담아 두었다가 삶이 지치고 힘들 때면 꺼내보고 위로 받고 싶은, 그런 음악들이 가득 담겨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