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도 ‘음악좋아사람’으로 팔불출처럼 살고 있습니다. 솔직히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자주 잊긴 하는데요, 문득 그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이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쁩니다. 남들 눈에 보기엔 조금 부족하고 비어 보이는 삶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저에겐 더욱 고맙고 귀한 인생입니다. (너무 작고 기쁜 이 인생이… 내 거라니…)
지난 열흘 동안, 그런 기쁨을 실감할 수 있는 날이 참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감동을 넘어 감격을 표한 토킹헤즈(Talking Heads)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의 내한 공연이 그랬고요, EBS ‘스페이스 공감’ 녹화에서 처음 공개한 아이들 소연의 새 무대를 보며 그랬습니다. 도쿄에서 온 싱어송라이터 미마이모(mmm)와 우희준의 노래가 공명한 순간이나 드디어 꿈의 상상마당 첫 입성을 이룬 기쿠하시 단독공연의 폭발하는 엔딩을 보면서도 그랬고요. 요즘은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맞는 기쁜 순간도 참 많습니다. MBC <손석희의 12시> 토요일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저를 포함한 세 명의 선곡 위원과 손 DJ님이 골라 온 노래를 듣는데요. 나이도 성별도 다른 4인의 인생에 얽히고설킨 노래를 같이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매주 월요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BS <그대의 오후, 정엽입니다>에서 함께하는 ‘살롱 드 애프터눈’도 너무 즐거워요. (사진 보세요. 정말 즐거워 보이죠?) 오늘 마르코스 발레(Marcos valle)에 이우미르 데오다투(Eumir Deodato)를 선곡해 온 정엽 님에게 대항하는 제 선곡은 이 곡이었습니다. 절대 후회할 리 없는 곡이니 여러분도 한 번 들어보세요. 어느새 슬쩍 등을 보이는 올해 여름에 보내는 송가 같은 마음으로요.
SUMIN(수민) [dinnermode] (2026.08.13)
제가 자주 이야기하는 건데요, 어렵게 잘하는 건 의외로 쉽습니다. 진짜 어려운 건, 쉽게 잘하는 거죠. 8년 만에 만나는 수민의 새 앨범 [dinnermode]를 들으면서 바로 그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그 아래 놓인 많은 고민과 성장의 시간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앨범입니다. 앨범 제목이 가리키는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하루가 끝나가지만 잠들기는 이른 시간. 도시가 품은 뭉근한 고독과 욕망이 언제나 그렇듯 세련되게 담겨 있습니다. 곧 공개될 어떤 글에 이 앨범을 두고 ‘이렇게 유혹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대중가요를 우리는 얼마나 가지고 싶었나’라고 쓰기도 했는데요. 그 마음 그대로입니다. 첫 곡 ‘우리의 계절’부터 차분히 음미하시고,타이틀 곡 ‘+82’의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도 꼭 보세요.
밴드 신인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반복해 드는 감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순하고 착해서 이렇게 팍팍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나.’ 남 걱정은 하는 거 아니라지만, 듣다 보면 자꾸만 그 생각이 드는 걸 어떡하나요. 첫 곡 ‘보풀의 상대’를 들을 때만 해도 유효하던 ‘지켜주고 싶다’는 이 생각은 신인류가 6곡을 곧고 씩씩하게 관통한 뒤 도착한 마지막 곡 ‘슈슈’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산산조각 납니다. 감정을 쌓거나 폭발시키는 방식, 신인류다우면서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것 같은 편곡 등 모든 면에 있어서요. 무엇보다 지난해 발표한 첫 정규 [빛나는 스트라이크] 이후 부쩍 성장한 밴드 멤버 간의 합을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라는 게 크게 반갑습니다.
실리카겔의 [Ballad of You]는 올 하반기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앨범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전작 [POWER ANDRE 99](2023)가 ‘No Pain’(2022)부터 시작된 ‘실리카겔 붐’의 정점을 찍은 뒤 발매되는 첫 앨범 작업이니까요. 그 사이 한국에서는 실체와 상관없는 ‘밴드 붐’ 태풍이 한차례 지나갔고, 실리카겔은 4년 내내 그 회오리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오만 상념에 휩싸여도 부족한 밴드의 새 앨범이 이렇게까지 산뜻하게 팀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는 것이, 솔직히 말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앨범의 테마인 ‘윤회’처럼, 마치 지난 10년이 없었던 것처럼 리셋 버튼을 누르고 다시 처음부터 모든 걸 시작하겠다는 밴드의 장난기 어린 경쾌함이 앨범 전반에 어려 있습니다. 실리카겔의 ‘팝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Postpink’와 앨범의 키 비주얼을 담은 타이틀 곡 ‘Manphasickzuck’ 뮤직비디오를 꼭 체크하세요. 이 밴드를 생각보다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의 앨범입니다.
バンドシリカゲルの『Ballad of You』は、今年後半の韓国音楽界で最も注目されるアルバムになる運命を背負っています。 前作『POWER ANDRE 99』(2023)が『No Pain』(2022)から始まった『シリカゲルブーム』の頂点を極めた後に発売される初のアルバム制作ですから。 その間、韓国では実体とは無関係な「バンドブーム」の台風が一度通り過ぎ、シリカゲルは4年間その渦の真ん中にありました。 傲慢な思考にとらわれても足りないバンドの新アルバムが、これほどまでに爽やかにチームの本質に触れ合っているとは、正直言って驚くほどでした。 アルバムのテーマである『輪廻』のように、まるで過去10年がなかったかのようにリセットボタンを押し、再び最初からすべてを始めるというバンドの遊び心あふれる軽快さがアルバム全体に漂っています。 シリカゲルの「ポップ力」を最大限に引き上げた「Postpink」と、アルバムのキービジュアルを収めたタイトル曲「Manphasickzuck」のミュージックビデオをぜひチェックしてください。 このバンドを思ったよりも長く楽しめるという確信のアルバムで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