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오랜 꿈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거였어요. ‘귀여우면 다 이겨’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다 보니, 제 안의 최상급 칭찬은 예전부터 항상 ‘귀엽다’였거든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왕 할머니 앞에 붙는 거라면, ‘귀엽다’보다 ‘멋있다’가 조금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귀여운 할머니(좋아) vs 멋있는 할머니(최고 좋아!)잖아요? 저의 드림 카인 지프를 몰면서 친구들과 계절마다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 그런 할머니의 삶, 꼭 살아 보겠습니다.
날이 많이 선선해졌죠. 지난 주말엔 올해 제가 가장 기대하고 있던 ‘패치룸 페스티벌’이 멋지게 막을 내렸고요, 이번 주에는 매해 찾아오는 명절 같은‘잔다리 페스타’와 ‘더 그레이트풀 캠프’가 멋지게 열립니다. 몇 해째 꾸준히 찾고 있는 멋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도 이번 주말을 끼고 열리네요. 몸을 몇 개로 쪼개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데요, 아마 앞으로도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매 주말 이런 상태이지 않을까 싶어요. 멋진 행사, 멋진 공연, 멋진 앨범이 쉬지 않고 쏟아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초조해는 마시고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까?) 여러분의 속도와 온도에 맞는, 꼭 그런 음악과 장소 안에서 이 레터를 읽고 계시기를 바라봅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잘 뽑힐 줄 알았다는 건, 제가 유튜브 콘텐츠 ‘가짜 김효연’의 팬이라서일까요. 하지만 그건 저만의 약점이 아닐 겁니다. 소녀시대의 효연, 유리, 수영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콘텐츠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를 잡고 웃고 난 뒤에 이들의 도전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소녀시대를 대표하는 유닛 그룹 ‘소녀시대-태티서’에 대항한다며 장난스럽게 시작한 소녀시대-효리수의 한 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소녀시대 퍼포먼스의 든든한 축을 담당한 효연과 유리 두 사람 가운데 수영이 팀의 쿨함을 전면에서 이끕니다. EDM을 중심으로 이어 나가던 효연의 솔로 활동 HYO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하우스 리듬을 힙합이 찢고 들어가는 일종의 ‘아갓보’ 라인에서 저는 그만 기립박수를 치고 만 것이었습니다. ‘근본’에 충실해 더 멋진 퍼포먼스 비디오도 꼭 놓치지 마세요.
음악에 지문처럼 자신을 새긴 음악가를 좋아합니다. 하긴, 그런 음악가를 누가 싫어할 수 있겠어요. WALL WALL이라는 의심스러운 밴드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가, 첫 곡 ‘안개꿈’의 전개를 보고는 그저 활짝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WALL’은 누가 뭐래도 ‘조월’이구나 하고, 제 몸속의 세포들이 정답을 알려줬거든요. 밴드 WALL WALL은 보컬과 기타의 조월, 키보드의 영다이, 베이스 정수민, 드럼 조인철로 구성된 4인조 밴드입니다. 아마 한국 인디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네 사람의 활약이 21세기 한국 인디 음악의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아주 잘 알고 계실 거예요. 자신의 자리에서 오래 그리고 조용히 음악을 해 온 이들이 새롭게 만나 펼치는 풍경은 과거의 낡은 소리를 품은 기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영원불멸의 감성입니다. 겨우 2곡이 수록된 싱글이지만,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팀의 등장이라는 걸 듣는 순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