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별로 없습니다. 요령도 없고, 뭘 모으는 방법도 (앨범을 빼곤) 잘 몰라요. 여러 SNS 가운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쌓이지 않고 흘러가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 좋아서요. 그런 제가 유일하게 많이 가진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추억입니다. 지난 주 이런저런 강의와 행사에 휩쓸려 다니면서 문득 깨달았어요. 삼성전자도 하이닉스도 부동산도 뭣도 없는 나에게 대신 이렇게 많은 추억이 있구나. 인생은 결국 말 안 듣는 몸과 정신을 잘 다스리며 사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우선 정신은 성공이구나 싶었습니다. 심지어 나빴던 추억은 금방 잊어버리는 선택적 기억상실 증세까지 완벽. 좋았던 추억은 마음의 뿌리를 튼튼하게 가꿔주고, 무럭무럭 자라게 물도 주고, 울타리도 쳐주고, 비바람을 막을 차양도 쳐주거든요. 과거 그런 좋은 추억을 나눈 분들과 함께, 미래에도 좋은 추억이 될 시간을 부지런히 축적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10월에 직접 만나 뵙는 날이 많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요, 11월 초까지도 쭉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노들섬에서 열리는 서울뮤직페스티벌의 ‘한국대중음악상’ 프로그램 안 토크쇼를 친애하는 조혜림 평론가와 함께 진행하고요, 같은 주말 토요일에서 일요일까지는 부천 일대에서 열리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BIAF에서 GV를 진행합니다. 몇 년 전부터 좋은 인연으로 함께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올해 개막작인 ‘탱글스(Tangles)’를 적극 추천합니다. 혹시 ‘H마트에서 울다’를 보고 오열한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절대 인생 영화가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일요일에는 편집 감독님을 모시고 GV도 진행할 예정이니까요, 시간 맞으시는 분들은 놀러 오세요!
단편선 순간들 [연인들] (2026.10.15)
앨범을 듣고 SNS에 한 마디를 썼습니다. ‘정말 미친놈(p)처럼 음악하는구나’.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 1악장을 샘플링한 인트로 트랙 ‘새들은 기쁨의 노래로 봄을 맞이한다 환희에 차’부터 이런 음악은 이 밴드밖에 할 수 없다는 확신이 섭니다. 확신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요? 어느 하나 범상치 않은 10곡을 쭉 듣고 있으면, 이왕 하려면 빨리 하는 게 낫다는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되실 겁니다. 밴드를 이끌고 있는 단편선은 제 기준 한국에서 제일 이상한 범위의 음악을 제일 많이 듣는 사람인데요, 앨범 발매 후 한 인터뷰에서 최근 좋았고 자주 들었던 앨범으로 기쿠하시의 새 앨범과 에스토니아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음악을 언급했습니다. 확실히 평범하지는 않죠. 모든 수록곡의 기세가 남다른데요, 이전 발표했던 ‘연애’가 단편선 순간들 버전으로 아주 멋지게 편곡되어 있으니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좋은 곡이나 좋은 멜로디를 쓰는 밴드는 이제 적지 않습니다. 밴드 실력도 상향평준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 가운데 조금 더 어려워진 건, 기억에 남는 곡이나 멜로디를 만드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밴드 PEEPPEEP은 그걸 할 줄 아는 팀입니다. 가장 인간다운 성질이라고 생각하는 ‘이타(利他)’를 앨범의 테마로 잡은 이들은 앨범에 그만큼의 온기를 담으면서도 그를 그저 푸근함으로만 표현하려 하지 않습니다. 튠이 나갔나 싶을 정도까지 잔뜩 당겨진 기타 이펙트, 정교함을 넘어 날카롭기까지 한 감각이 신선한 멜로디와 사운드 사이를 촘촘히 채웁니다. 수록곡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Onatrip’의 후렴구는 저에게 ‘올해의 후렴구’ 상을 줘도 될 정도의 강렬함이었습니다. ‘Stuck in melancholia’가 시작되는 부분의 짜릿함을 꼭 놓치지 마세요.
良い曲や良いメロディーを書くバンドは、もはや少なくありません。 バンドの実力も上位均衡化と言うべきでしょうか。 その中で、少し難しくなったのは、印象に残る曲やメロディを作り出す能力です。 そして、バンドPEEPPEEPはそれをやり遂げることができるチームです。 最も人間らしい性質だと考える「利他(イタ)」をアルバムのテーマに据えた彼らは、アルバムにそれだけのぬくもりを込めながらも、それをただのほっこりした温かさとしてだけ表現しようとはしません。 チューンが外れたかと思うほど引き締められたギターエフェクトが、精巧さを超えて鋭さまで感じさせ、新鮮なメロディとサウンドの間を緻密に埋め尽くします。 収録曲それぞれに魅力はありますが、その中でも「Onatrip」のサビは、私に「今年のサビ」賞を授与してもよいほどの強烈さでした。 'Stuck in melancholia'が始まる部分の高揚感を、ぜひお見逃しなく。
A2O LITE [NEON] (2026.10.13)
2026년 발표된 케이팝 가운데 이렇게 순식간에,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서, 이렇게 다량의 밈을 뽑아내게 만든 곡이 있었나요. 제 기억엔 단연코 없습니다. 발매도 전 음원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장식하고, 발매 29시간 만에 음악 차트 1위에 오른 노래. 3년 만에 다시 케이팝으로 돌아온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 이수만의 컴백에 이보다 화려한 환영이 또 있을까 싶네요. 그가 새롭게 설립한 A2O 엔터테인먼트의 걸 그룹A2O LITE의 ‘NEON’은 과거 한 번쯤 케이팝을 진심으로 좋아해봤던 사람이라면 추억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고전적 케이팝 공식을 단단히 뭉쳐 놓은 곡입니다. 유영진과 뎀 조인츠(Dem Jointz)의 쫀득한 호흡, 세기말부터 이어온 이세계 이미지, 난이도 높은 칼군무 등 한동안 케이팝 무기력에 빠져있던 이들의 가려운 곳만 골라 시원하게 긁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NEON’ 붐은 이미 좋고 싫음의 영역을 벗어났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단적 추억과 무의식의 발현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