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보름 동안 기침을 최소 오천 번쯤 한 것 같습니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고 감기약으로 버티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가보니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기침이라고 하더라고요. 식도가 쓰리거나 가슴이 답답한 적은 있었어도 이렇게 기침으로 증상이 온 건 처음이라 방심했습니다. 그렇게 식도염 약을 받아온 이후부터는 신기하게도 아주 조금씩 증세가 나아지고 있어요. 의술의 신비! 기침이 정말 무서운 게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고, 관람에 민폐가 되기 때문에 공연을 보러 갈 수가 없다는 거예요! 여러모로 정말 고통스러운 2주였습니다.
덕분에 추석 연휴를 포함해 비구니 같은 날들을 보내고 탕아 픽서비스가 돌아왔습니다! 변명치고는 또 좀 구구절절하죠? 심지어 그사이 친애하는 디에디트 매거진에서 픽서비스를 ‘알짜배기 음악 큐레이션 계정’으로 소개해 주시기도 했는데요. 마침 발송이 늦어지고 있는 참이라 조금 머쓱했지만, 더 분발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고마워요, 디에디트!더불어 10월에는 지금 레터를 쓰고 있는 김윤하가 출몰하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좀 많을 예정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 공간 틸트에서 열리는 CIFIKA 음감회를 시작으로 페스티벌, 영화제 등등 재미있는 일들이 많으니까요, 즐겁게 따라와 주세요!
다브다 (Dabda) [온(百)] (2026.09.17)
[온(百)]은 조금 울퉁불퉁하게 시작합니다. 첫 곡 ‘텅’은 트랙이 시작하고 한동안 악기와 소리가 서로 덜그럭거리는 풍경만 들려주거든요. 잠시 뒤, 다브다는 이들을 아는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대로 바람처럼 질주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곳을 거치며 쌓은 연주 경험과 그렇게 흐르는 시간 동안 쌓인 생각 조각들이 오색찬란하게 튀어 오릅니다. 그리고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꼭 맞는 퍼즐을 맞춰 갑니다. 새 기타 멤버 박정웅의 존재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타이틀 곡 ‘온(百)’과 다브다의 감성을 가장 짙게 즐길 수 있는 ‘Dear Hope’를 다시 한번 추천해 봅니다. 늘 느끼지만, 라이브의 에너지를 이 정도로 선명하게 앨범에 담아낼 수 있는 한국 밴드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여러모로 참 잘하는 밴드입니다.
파란노을(Parannoul) [Single Mind Worst Thought] (2026.09.20)
한국에서 여전히 뜨거운 ‘인기 비주류’ 장르 슈게이즈(Shoegaze)와 이모(Emo)를 이야기하면서 파란노을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컬트적이라고 해도 좋을 주목과 사랑을 받는 이 일인 밴드는 심지어 성실하기까지 합니다. 파란노을 이름으로 내는 앨범 단위 결과물은 오랜만이지만, Mydreamfever나 Huremic 등 다른 자아로 숨 쉬듯 새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 다양한 활동이 아무래도 영향을 끼친 걸까요. 이번 앨범 [Single Mind Worst Thought]는 지금까지 들어본 그 어떤 파란노을 앨범보다 댄서블한 기운이 넘칩니다. '몽유클럽(Sleepwalking Club)’같은 곡에서는 모임 별(Byul.org) 같은 느낌이 물씬 날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 ‘사랑’이 테마라니요. 혹시나 파란노을의 음악이 온통 푸른 멍뿐이라고 멀리했던 분이 있다면, 청량한 가을 하늘처럼 새삼스레 권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 앨범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할거라는 건, 9월 중순 발매된 선공개 곡 ‘Open Your Eyes’를 처음 들은 순간부터 정해진 순서였죠. 피아니스트 요한 킴과 색소포니스트 제이콥 스케스니(Jacob Scesney)의 참여부터 눈길을 끈 이번 앨범은 재즈와 즉흥을 표방합니다. 그러나 두 단어가 원래 품고 있는 음악적 의미에 천착하는 순간 오히려 재미가 없어져요. 감각으로 접근하는 재지함, 케이팝이 가장 잘하는 찰나의 순간이 내뿜는 빛, 클유아가 데뷔작으로 보여줬던 측면돌파의 힘 등이 뒤섞이며 환한 조명을 비춥니다.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 주혜린이 피쳐링한 ‘Baby Bossa Nova’나 마지막까지 앨범의 감정선을 늦추지 않는 ‘Eternity’까지. 몇 번을 반복해 들어도 지루하지 않은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