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람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참 천차만별이구나 싶어집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지겹도록 지치지도 않고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들 살아가겠죠.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여러분 주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고 펼쳐질 그 피곤한 싸움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요, 최근 문득 저의 그 ‘추구미’가 뭔지 깨달은 것 같아서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걸 가능한 그대로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저를 가장 크게 웃고 울게 하는 건, ‘진심’이더라고요. ‘진짜’ 보다는 살짝 어설프고, ‘진정성’ 보다는 조금 덜 진지한, 그 미묘한 사이에 존재하는 진심들을 만나는 순간이 제 마음이 제일 동요하는 때라는 걸 자주 느끼는 요즘입니다.
지난주 조금 뒤늦게 영화 ‘해피엔드’를, 온앤오프 콘서트 ‘THE MAP: STRANGER'S PATH’와 ‘머니 코드 콘서트: 아웃 오브 방구석’을 봤는데요, 그 모든 순간에 꾹꾹 눌러 담긴 ‘진심’이 느껴져 혼자 또 실컷 웃고 울었습니다. (특히 ‘해피엔드’는 제가 죽는 날까지 일백번고쳐죽어도 사랑할 청춘 영화로서의 미덕이자 클리셰를 전부 담은 작품이더라고요.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이건 따로, 뭐 안되면 SNS라도 짧게 이야기를 남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덕분에 남들 다 간다는 ‘서울재즈페스티벌’도 못 갔지만 괜찮아요! 우는 거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하하하하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진심’을, 여러분만의 양보할 수 없는 ‘추구미’를 잔뜩 찾은 또는 찾을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6월이네요.
HAAN , Chan (찬) [한찬가게] (2025.05.26)
[한찬가게]라는, 얼핏 보면 조금 하찮아 보이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아마 앨범을 들으면 생각이 완전히 바뀔 거라고 자신 있게 주장해 봅니다. 보통 ‘차린 건 없지만’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이 앨범은 시작부터 그럴 생각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오히려 ‘차린 건 많으니까 그중의 하나는 마음에 드실 거예요’에 가깝죠. 프로듀서 한(HAAN)과 아티스트 찬(Chan), 두 사람은 음악 크루 BLESSFOR 소속으로 평소에도 작업량이 많은데요,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배반하지 않네요. 2000년대 어딘가를 넓게 조준하는 노스탤지어와 함께 팝 R&B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말 최소 한 곡은 취향의 곡을 발견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 주목하고 있는 보컬리스트 가브리엘(Gabriel)이 참여한 'Your names'를 추천해 봅니다. 여유가 있다면 이어지는 투스텝/개러지 트랙 'Rainbow'까지 꼭 이어 들어보시길요.
다음도 13곡을 꽉 채운 정규 앨범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앞선 앨범과는 전혀 다른, 데칼코마니 같은 꽉 짜인 서사로 채운 한 장입니다. 앨범과 같은 제목인 'CORPUS 0'을 기준으로, 정확히 반으로 접히는 앨범은 ‘+’와 ‘-‘, ‘죽지 않은 연인에게’와 ‘죽은 연인에게’처럼 한눈에 보이는 흥미로운 구조와 데이먼스 이어 다운 섬세한 노랫말만큼 촘촘하고 빛나는 인디록 트랙으로 듣는 사람을 유혹합니다. 한없이 침잠하면서도 그의 음악을 밑바닥까지 처절하게 끌어 내리지 않는 건 뛰어나게 반짝이는 인디록 감성이라고 오랫동안 믿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요즘 한국에서 제일 미친 사람들이 누구야?’라고 질문하면 한 치의 주저 없이 힙노시스 테라피를 추천해 왔습니다. 정말 이 팀만큼 여러모로 미친 팀은… 없었어요. 무대 에너지도, 성실함도요. ‘FROG’는 여전히 그 ‘미친 폼’이 좋은 그들과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시온, 호주 출신 아티스트 1tbsp이 모여 만든 트랙입니다. 곡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듣고 보는 사람의 오감을 뾰족하게 만들 일렉트로 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영국에서 촬영된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도 필수로 꼭 함께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