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저는 아직도 어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삐걱거리는 몸을 붙들고 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번 주도 예정 발송 시간이 늦고 말았는데요, 어젯밤 날씨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조금만 봐주세요. 어젯밤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에서 재난 수준의 폭우 속에 있었거든요. 저녁부터 비가 올 거라고 해서 크게 당황하진 않았지만, 준비한다고 당황하지 않을 비가 아니더라고요. 저도 나름 짬바 있는 페스티벌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간만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비에 거의 휘말리면서 공연을 봤습니다. (모자 캡 짜면서 공연 관람한 거 진짜 오랜만) 지소쿠리클럽쯤이던가, 갑자기 주먹만 한 빗줄기가 떨어지면서 관객들이 비명이 아닌 으하하하 파안대소하면서 갑자기 미친 듯 펄쩍펄쩍 뛰어오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재패니즈 브랙퍼스트 미셸 자우너가 김정미의 ‘햇님’을 부를 때 비가 가장 세차고 오래 왔는데요, 아마 그래서 그 순간을 꽤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좋은 노래와 좋은 커버였던 것도 있지만, 1년 간의 어학연수로 너무나 유창해진 그의 한국어 실력이 주는 뭉클함과 쏟아지는 비를 맨몸이나 얇은 우비 한 장으로 버티면서 ‘나와 함께 맞으러 가자 영원한 이곳에 그대와 손잡고’를 자신만의 바이브로 떼창 하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잊지 못할 것 같아서요.
요즘 주말마다 페스티벌도 많고, 공연도 많고, 발매작도 많네요. 하나하나 따라가기 벅찰 정도인데요. 다들 부지런하고 민첩하게, 피로와 무기력 속에서도 꼭 좋은 거 하나쯤 찾는 나날 되시길 바라요. 이번 주도 픽서비스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안다영 [WHERE IS MY FRIEND?] (2025.06.11)
날짜를 확인하기 전까지 안다영의 앨범이 이렇게 오랜만인 줄 몰랐습니다. 첫 솔로 정규 앨범 [ANTIHERO](2020)가 준 인상이 워낙 강해서였을지도, 싱글 ‘BABEL’(2022)의 여운이 길어서였을지 도요. 꼬박 3년이 걸려 세상에 나온 안다영의 2집은 지금까지 ‘사운드’의 껍질에 감춰져 있던 안다영의 ‘팝’ 감각이 전면에 가감 없이 드러납니다. 포스트 록을 하던 시절부터 늘 눈여겨봤던 그 부분이 도드라지니, 제가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러면서도 특유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비틀린 록스타 적 매력도 여전합니다. ‘echoborn’이나 ‘tunnel’ 같은 곡을 먼저 들어 보세요. 분명 흥미로우실 거예요.
요즘 한국 음악계에서 – 랄까 제가 자주 쓰고 있는 표현은 ‘대안적인(alternative)’과 ‘아시아(asia)’입니다. 옴(omm..)의 [가가호호]는 바로 그 두 가지 키워드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앨범입니다. 데뷔부터 그 어떤 흐름과도 상관없이 독자적이고 그래서 대안적인 음악을 해온 인물인데요, 여기에는 중국 유학 생활로 다진 탈한국 – 친아시아적인 그의 태도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앨범은 특히 ‘아시아’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고 해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기대만큼의 음악을 들려줍니다. 관념과 풍습이 아닌 우리의 몸이 직접 느끼고 반응할 수밖에 없는 리듬, 선율, 감성이 크고 작은 파도처럼 넘실댑니다. 이 땅에 나고 자란 우리의 몸 말이죠. 소박하면서도 야망 넘치는 마지막 트랙 ‘밤이낮으로’를 먼저 권해 봅니다.
어떤 음악은 첫 느낌만으로 좋거나 싫어져 버리곤 합니다. 음악가들의 밤낮없는 고민과 노력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의 다양한 취향 덕에 적당히 균형은 맞춰져 있으니까요. 옥센프리의 [The Gap]은 저에겐 그 ‘느낌만으로’ 좋아져 버린 앨범입니다. 특히 첫 곡 ‘Sacrifice’는 곡이 시작하고 드럼 신호와 함께 12초에 터지는 메인 리프만으로도 제 마음이 흔들렸어요. 앨범 전반이 투명하고,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감성도, 이야기도, 멜로디도, 사운드도 모두 다요. 그리고 이런 건 꽤 취향을 타죠. 물론 저에게는 ‘호’였고요. ‘Echo In The Blind’ 뮤직비디오를 확인하시면 이들의 추구미를 조금 더 확실히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ある音楽は、最初の印象だけで好きになったり、嫌いになったりします。 音楽家たちの昼夜を問わずの悩みと努力を考えると申し訳ない気もしますが、それでも世の中の多様な趣向のおかげで適度にバランスは取れていますから。 オクセンフリーのデビューEP「The Gap」は私にとってあの「フィーリングだけで」好きになってしまったアルバムです。 特に最初の曲「Sacrifice」は曲が始まり、ドラム信号とともに12秒で弾けるメインリーフだけでも私の心が揺れました。 アルバム全体が透明で、危険で、不安です。 感性も、物語も、メロディーも、サウンドもすべてです。 あとこういうのは結構好みに乗りますよね。 もちろん私にとっては「好き」でした。 「Echo In The Blind」のミュージックビデオを確認すると、彼らの追求美をより確実に感じることができるでしょ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