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듣는 삶, 꽤 괜찮지 않나요. 원래도 돌발상황이 많은 제 인생은 지난주도 우당탕 굴러갔는데요. 덕분에 가고 싶었던 곳, 만나고 싶었던 사람, 보고 싶었던 공연을 많이 놓쳤습니다. 드문 일은 아니라 하나하나 의기소침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침울해지려는 찰나 ‘너도 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친구들 메시지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음악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좋아하는 음악을 못 들으면 억울한 만큼 힘내서 이번 주도 음악과 함께 열심히 살아 보려고 합니다. 결국 그렇게 저 없이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로 떠난 픽서비스 2호가 페스티벌 베뉴에 붙인 픽서비스 스티커 사진을 보내줬는데요, 잘 보이시나요? 인스타그램 계정 릴스로 2호의 후지록 후기가 종종 업로드 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바라면서!(2호: ??) 이번 주 레터도, 시작해 볼게요.
류수정 [NEW CAR] (2025.07.25)
저는 그룹 커리어가 마무리된 케이팝 솔로들의 재미있는 여정을 쫓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전 역시 잘 다듬어진 웰 메이드보다는 어딘가 울퉁불퉁한 ‘내 것’을 보여주는 사람과 음악이 좋은 사람 같아요. 러블리즈 활동 이후의 류수정이 흥미로운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그룹 활동 시절부터 돋보였던 특유의 실바람 같은 음색을 활용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비주얼까지 센스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선 ‘NEW CAR’ 뮤직비디오 한 번 보시고, 이어서 ‘비바람’듣고 오시면 제가 하는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케이팝에서 칭찬으로 자주 사용되는 ‘올라운더(All rounder)’는 당사자에게는 어쩌면 부담 아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종종 생각합니다. 모든 걸 잘한다는 건, 어떻게든 뾰족해야 하는 이곳에서 뾰족한 나만의 무언가가 없다는 말과 뜻이 통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아이즈원 출신 ‘올라운더’ 조유리는 그런데 정말 뭐든 잘합니다. 앨범 [Episode 25]의 더블 타이틀 곡 ‘이제 안녕!’과 ‘개와 고양이의 시간’만 들어봐도 알 수 있어요. 프로듀서 박문치와 구름이 각각 자신들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는데요, 둘 중 어떤 곡의 손을 들어줄까 고민하다 그만 미끄러져 ‘HICCUP’에 별 스티커를 붙이고 말았습니다. 확실히 올라운더는 올라운더네요.
[마음의 알러지] 소개글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전자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오고 있는 레인보우99입니다.’ 지난 몇 년 간 레인보우99의 행보를 쫓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을 거라는 걸 잘 알 거예요. ‘다양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주춤하게 되는 분들에게 이 앨범을 추천합니다. 그가 직접 말하듯, 이 앨범은 소리나 실험보다는 시절과 기억에 초점을 맞추고 있거든요. 노래 안에 숨은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마치 단편영화 같은 노래 제목들에서 이미 마음 한구석이 울립니다. 전 개인적으로 ‘심야우등고속’을 들으면서 많은 추억을 끌어올렸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