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몇 달 남았지만, 올해 연말 결산에서 제가 제일 자주 한 말 베스트 순위권에 절대 들어갈 말 가운데 ‘도대체 지금이 몇 년도냐’가 있습니다. 오아시스 공연을 보러 친구 수십 명이 비행기를 타고, 인천 송도에서 자비스 코커가 각다귀 춤을 추며, 3호선 버터플라이가 신곡을 내고, 토킹헤즈 공연 실황 영화가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고요? 지금이 1984년이냐 1995년이냐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하나 확실한 건, 이 모든 것들이 끝내주게 멋지다는 겁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젊음이라면 이 시간을 도무지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선배님들의 활약에서 넘치게 받고 있습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이후로도 한동안 한국에서 공연을 어어 갈 예정이고요, 오아시스도 곧 한국을 찾습니다. 1983년 LA에서 열린 4일 간의 토킹헤즈 공연 실황을 담은 콘서트 필름 ‘스탑 메이킹 센스(Stop Making Sense)’도 8월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개봉 후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 수 있게 해볼게요. 제가 남길 수 있는 말이라면 기회가 되면 무조건 보시라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싱어롱 상영을 열어주시라는 것. 이 둘뿐입니다. 찬란! 할 수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앉아서 보나요! 일으켜 세워주세요! 제발!
3호선 버터플라이(3rd Line Butterfly)
[너의 속삭임] (2025.07.28)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도 어렵지만, 멋지게 돌아오는 건 그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입니다. 아마 한동안 커리어가 멈춘 뮤지션이 다시 쉽게 복귀하지 못하는 건 그 이유가 클 거에요. ‘내가 예전만큼 멋지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는 그걸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게 해냅니다. 이런 게 바로 진짜 고수의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복귀 싱글 ‘너의 속삭임’은 3호선 특유의 끈적한 몽환이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지금, 2025년 여름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곡입니다.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고수답게요.
Effie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2025.08.01)
‘하이퍼팝’이 대세가 된 지도 꽤 된 이야기입니다. Effie는 하도 소비돼 이제는 ‘느낌적인 느낌’ 정도만 남은 해당 장르의 꼬리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입니다. 앨범은 6곡이 진행되는 내내 폭죽처럼 정신 없이 터져 나갑니다. 힙합과 전자음악, 국내외 해외, 시대와 세대할 것 없이 비트 하나마다, 펀치라인 하나마다 양 팔을 번쩍 들어올리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혹시 놓친 분들이 있다면 올해 3월 발표한 EP [E]도 꼭 들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ffie는 투홀리스(2hollis)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kimj과 꾸준히 함께 작업하고 있는데요, 이 곡 ‘CAN I SIP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다 무슨 소용일까요. 우선 한 번 들어보세요. 그럼 이제 ‘20세기 출생들은 이제 좀 꺼져’(‘2025기침’)보겠습니다. 총총.
어쩌다 보니 이번 주 레터 내내 ‘오래 잘 해온 선배님들’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왕 하는 김에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10cm의 다섯 번째 앨범 [5.0]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안 했다고?’ 싶을 정도의 앨범이었어요. 10cm와 권정열이 좋은 싱어송라이터이며 대체할 수 없는 목소리라는 거야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앨범은 늘 한 끝 아쉬웠거든요. 혹시 저와 같은 기억을 공유한 분들에게 이번 앨범, 자신 있게 권합니다. 첫 곡부터 15살쯤 우리 곁을 잠시 스쳐 지나간 에너지가 폭발하는데요, 그 기세가 마지막까지 이어집니다. 앞으로 여름마다 찾아 들을 것 같은, 얄미울 정도로 기막힌 여름 노래 ‘Into Your Summer’를 특별히 추천합니다. 데이식스 영케이가 작사에 참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