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과도한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 잘 없습니다. 그런 부류의 감정을 느끼는 유전자가 거의 없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이란 게 대부분 잘 만들어진 음식에 데코레이션이나 향신료 하나를 살짝 곁들이는 일이란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예전부터 ‘내가 키웠네’하며 으스대는 어른들이 참 꼴불견이라고 생각해 왔기도 하고요. 자칫하다간 그런 어른이 되기 십상인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더더욱 낮은 자세로 몸을 사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오면 할복뿐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럼에도 지난주 공연 하나를 보며 조금, 아주 조금 그런 작은 마음을 가졌는데요. 바로 밴드 실리카겔의 단독 공연이었습니다. 밴드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추억팔이’할 요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청렴결백을 유지하고 싶었던 저는 그만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풀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곳에서만 고백합니다. 부끄럽네요…) 공연 시작부터 활동 초기 좋아했던 노래들이 쏟아지는데 생각보다 훨씬 뭉클한 기분이 들어 깜짝 놀랐어요. 오랜만에 ‘연인’을 들으면서 내가 이 곡을 이렇게 좋아했구나 곱씹기도 하고, ‘9’를 들으면서는 쏟아지는 꽃가루와 함께 기억 속 영원히 박제된 2016년 ‘올해의 헬로루키’ 앵콜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실리카겔의 오랜 팬들에게는 저처럼 추억의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은 시간으로, 새로운 팬들에게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밴드 여정의 새로운 출발로 다가간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꼭 사고 싶었던 포토진 MD를 GET했다는 점! 신곡 ‘Big Void’가 기가 막혔다는 점이 절 꽉 차게 행복하게 했어요. ‘Big Void’가 실리카겔 판 ‘Dynamite’가 되어 주길 바라며, 이번 주 픽 서비스 시작합니다.
JINex (지넥스) [ETERNAL] (2025.08.26)
최근 90년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 대중가요의 맛과 정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시 풀어내는 새로운 음악가를 참 자주 만나게 됩니다. 90년대가 그만큼 과거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90년대에 그만큼 좋은 음악이 많았다는 뜻도 되겠죠. 프로듀서 지넥스의 2집 [ETERNAL]은 최근 유행 아닌 유행을 타고 있는 해당 흐름을 중심으로, 지난 30여 년간 이어온 한국식 팝 R&B의 여정을 충실히 되짚습니다. 이 진지하면서도 정중한 접근은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OB라면 아마 이기찬 이름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까요. 물론 라디(Ra.D)가 참여한 앨범 첫 곡 ‘This is love’만으로도 야심의 방향과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고요.
最近、90年代を中心とした韓国大衆音楽の味と情緒を自分だけのスタイルで再び解きほぐす新しい音楽家に本当によく会います。 90年代がそれだけ過去になったという意味でもあり、90年代にそれだけ良い音楽が多かったという意味にもなるでしょう。 プロデューサーのジネックスの2枚目のアルバム「ETERNAL」は、最近流行ではない流行に乗っている当該流れを中心に、過去30年間続いてきた韓国式ポップR&Bの旅程を忠実に振り返ります。 この真剣ながらも丁寧なアプローチはアルバムに参加したミュージシャンの名前だけ見ても分かりますが、OBならおそらくイ·ギチャンの名前を見てびっくりするのではないでしょうか。 もちろん、Ra.Dが参加したアルバムの最初の曲「This is love」だけでも野心の方向と大きさを推し量ることは難しくありません。
Zion.T [POSER] (2025.08.27)
이런 자이언티 저런 자이언티 좋아하는 분들 참 많으시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자이언티는 ‘Skinny Red’라는 가면을 쓴 시기였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를 에너지가 온통 부글대는, 분명히 제일 중요한 걸 품 깊숙이 교묘하게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한 의뭉스러운 훵키(Funky) 캐릭터 같은 그를 참 좋아했어요. 2년 전 발표한 [Zip]이 반갑고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역시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 포기하는 마음이 커지기도 했거든요. 바로 그 순간 등장한 이 앨범 [POSER], 제가 어떻게 반기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앨범 전곡이 능숙하게 꿀렁이는 가운데 세 번째 트랙 ‘Suspicious’에서, 저는 마침내 자이언티를 처음 만났던 12년 전으로 마침내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정우의 목소리를 무슨 말로 표현하면 좋을까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손끝만 대도 으스러질 것처럼 여린가 하면 강철보다 강하고, 수 천년 얼어붙은 빙하처럼 차가우려나 싶으면 봄바람처럼 살랑이며 따뜻한. 정우와 그가 부르는 노래에는 그렇게 상반된 이미지가 양쪽에서 잡아 끄는 긴장감이 언제나 어려 있습니다. [철의 삶]은 2023년 발표한 [클라우드 쿠쿠 랜드] 이후 확장되어 가고 있는 정우의 음악세계를 차분히 잇는 앨범입니다. 앞으로 정우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보는 ‘철의 삶’에 더해 네 번째 트랙 ‘Acidic Body’도 꼭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흑백 소묘로 작업한 전곡 비주얼라이저도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