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다시 말하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픽서비스는 새로 나온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장이 새 한국 음악만 듣는 건 당연히 아니거든요. 틈 나는 대로 옛 음악도 듣고, 해외 음악도 나름 부지런히 찾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요즘 날씨가 음악 듣기 참 좋잖아요. 뭔가 되게 성실한 척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냥 음악 듣는 걸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음악이 질리지 않는 건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입니다. 정말로요.
그런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앨범은 의외로 제이팝입니다. 후지이 카제(藤井風)의 정규 3집 [Prema]인데요, 뭐 워낙 유명한 가수니까 더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그렇습니다. 내한 공연을 고척돔에서 하는 해외 가수가 몇이나 되겠어요? 다만 그런 그의 앨범을 즐겨 듣고 있는 건 그의 유명세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 이전 앨범도 꾸준히 찾아 듣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빠진 앨범은 없었거든요. 결국 이 앨범에 반쪽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듀서 250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앨범을 쭉 듣고 마지막 곡 ‘Forever Young’을 듣는데 말이죠, (1) 좋은 음악가 둘이 좋은 시절에 만났구나 (2) 250 음악에서 느껴지는 이 노스탤지어를 정말 어쩌면 좋나 (3) 나… 250 좋아하네? (4) 난 정말 이런 노래를 평생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네 가지를 동시다발적으로 느꼈습니다. 앨범 전체가 좋으니까 혹시 아직 안 들어 보신 분들은 꼭 들어보시길 바랄게요. 제가 장담하는 게요, 이 앨범 추천하고 별로라는 반응 받은 확률이 0%입니다. 후지이 카제 사측 아닙니다. 제작지원 아닙니다.그냥 음악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유다빈밴드 [CODA] (2025.09.15)
누군가의 청춘에 설득되어 본 적이 있나요. 유다빈밴드의 두 번째 정규 앨범 [CODA]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입니다. [CODA]는 유다빈밴드라는 팀에 소속되어 있는 다섯 젊음들의 시간을 듣는 이에게 설득해가는 과정이자, 그 안에서 각자의 ‘숨 막히는 저마다의 시간들’에서 잠시 벗어나게 만들어 주는 순간입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자존감이 낮다’는 유다빈이 멤버들과 함께 자신감을 얻어 나가고, 어쩔 수 없는 당분간의 이별 앞에서 마무리를 뜻하는 음악 용어 ‘CODA’를 꺼내는 20대의 익숙하고 푸른 순간이 11곡에 정성껏 담깁니다. 답을 모르는 채로 달려나가는 더블 타이틀곡 ‘20s’, 오케스트라 선율이 뭉클함을 전하는 ‘커튼콜’을 우선 권합니다.
새롭고 자신감 있게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음악가도 물론 좋지만, 시간이 흘러도 자기 음악을 꾸준히 해가는 음악가에 대한 존경심이 높아지는 요즘입니다. 아마 순간의 반짝임보다 그게 더 어렵다는 걸 세상을 살아가며 깨달아서겠죠. 첫 앨범을 내고 12년, 조금 느려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프롬의 음악도 그렇습니다. 마지막 곡 ‘차가워지지 않아’를 들어 보세요. 프롬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밀도 높고, 우아합니다. 증명해(Q.E.D)냅니다. 무엇보다 그 온도와 습도가 가을이라는 계절에 참 잘 어울립니다. 작사가 이주엽의 소개글도 참 좋으니 앨범을 들으며 꼭 읽어보세요.
어울릴까? 싶은데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을 좋아합니다. 꼭 ‘반짝거리는 새로운 것만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재미있잖아요. 밴드 까데호와 진초이(ZIN CHOI)의 조합도 그렇습니다. ‘Silly Faces’도 그렇게, 재미있거든요. 어디 하나 모난데 없이 느긋하고, 살랑이고, 미소 짓습니다. 잘 어울릴까 싶었던 부분이 기분 좋게 착착 맞아 들어갑니다. 까데호 세 사람의 음악 경력만 합쳐도 진초이의 나이보다 많을 텐데, 역시 그런 건 숫자 놀이나 좋아하는 말 많은 사람들한테나 재미있는 거죠.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도 진초이가 직접 담당했다고 하니까요, 꼭 한 번 체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