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신인을 보며 드는 감정은 늘 복잡미묘합니다. 우선은 반갑죠. 지난 레터에서 고백한 것처럼 ’ 새롭고 반짝이는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만 신기합니다. ‘뭐 더 새로운 게 있을까’ 싶을 때쯤 ‘건방 떨지 마라, 넌 아직 멀었다’며 등장하는 히어로 같은 타이밍이 말이죠.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와르르 맨션 앞에 겨우 매달려 펄럭이는 ‘정상 영업합니다’ 플래카드는 보고 들어오신 거냐며 조심스레 묻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늘 ‘이렇게 귀한 분이 이렇게 누추한 곳에’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제 새가슴과 상관없이 무럭무럭 자라 한국 대중음악의 다음을 만들어 갑니다.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좋은 떡잎을 미리 알아본 사람들의 뿌듯함을 든든하게 채워주며 말이죠.
이번 주 3PICKS는 어쩌다 보니 모두 신인 음악가들의 음악입니다. 이례적으로 긴 연휴를 앞두고 새로운 음악이 마구 쏟아지는 가운데 발견한 보석들이에요. 다양한 장르 속에서, 향후 1, 2년 동안 재미있는 걸 많이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팀들이기도 합니다. 평소에도 잘 들어주시는 걸 알고 있지만, 이번 주는 더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새로운 음악을 들어주시길 바라봅니다.
‘픽서비스’는 연휴 핑계로 다음 주 겸사겸사 한 주 쉬어 가려고 합니다. 지난 3월 발행 이후 처음으로 쉼표를 찍네요. 대신 연휴가 지나고 살짝 뭔가 달라질...지도? 추가될...지도? :D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기며... 그럼 긴 연휴, 많은 음식 많은 음악과 함께 즐겁게 보내세요!
matt matt [MATT MATT] (2025.09.24)
지난해 12월 싱글 ‘ONE! TWO!’가 나왔을 때 술렁거리던 주위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술렁임의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달랐겠지만, 그 중심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사람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거지?’였을 거예요. 첫 정규 앨범 [MATT MATT]에는 짜릿했던 당시의 기분 그대로, 보다 다채롭게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Dijon 등으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R&B의 새로운 조류에서 신세하, 김아일 등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음악 세계를 펼쳐 나가고 있는 한국 음악가들의 이름까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제 최애 트랙은 ‘HEY HEY’인데요, 여러분은 어떤 곡이 제일 마음에 드시나요.
데뷔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차지해 버린 포크/블루스 듀오 ‘산만한시선’의 새 앨범입니다. 첫 정규 앨범인데요, 무려 16곡입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곡 쓰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는 패기 넘치는 답을 자주 남겼던 이들이니만큼 충분히 예상한 결과이긴 합니다. 심지어 16곡이 흐르는 내내 어디 하나 힘 빠지는 데가 없습니다. ‘노래’라는 형식의 민낯을 보는 것처럼 단출한 구성에 16개의 이야기가 숨 막히도록 꽉꽉 찹니다. 어떤 곡을 들어도 만족스러우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골라 먹기 어려우시다면 뮤직비디오가 있는 타이틀 곡 ‘개의 심장’부터 들어 보시죠.
자이언티가 운영하는 레이블 ‘STANDARD FRIENDS’ 영입 소식과 함께 Valo(발로)의 첫 EP가 발표되었습니다. 솔로 명의로는 작업이 많지 않지만, 이미 자이언티, 원슈타인, 기리보이, 채영(트와이스) 등의 작업에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보여준 바 있죠.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에는 총 4곡의 노래가 담겨 있는데요, 솔직히 말해 한 장르로 묶을 수는 없을 것 같고, 다만 하나 같이 ‘쌔끈하다’는 말만 남기겠습니다. Slom(슬롬) 특유의 비트 맛이 기막힌 타이틀 곡 ‘수신거부’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곡 ’High Valo’를 꼭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꼭 지켜봐야 할, ‘느좋’ 신인의 첫 출사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