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진을 올리면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주는 ChatGPT 기능이 인기였죠. 저도 SNS 피드에서 지브리 풍으로 바뀐 수많은 익숙한 얼굴을 만났습니다. 수개월 전에도 한 번 유행한 기억인데, 세대와 상관없이 지브리가 자극하는 향수가 확실히 있죠. 하긴, 지브리 작품 하나쯤 가슴에 품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유행과 동시에 제 타임라인에서는 창작과 경험, 성찰에 대한 논의도 쏟아졌습니다. ‘신기하다’와 ‘편리하다’ 사이에서 자칫하면 쉽게 놓칠 수 있는 까다로운 가치들이죠. 그 가운데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탄생한 그로테스크하게 움직이는 기괴하게 변형된 인간의 형상을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통찰에 마음이 움직여 저장해 두고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여러분은 보통 어떤 예술 작품에 감동하는 편인가요? 전 아무래도 하야오 옹처럼 인간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예술에 쉽게 심장이 움직이는 사람 같습니다.
사진 한 장을 넣으면 수 초 만에 ‘00 스타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영험하신 ChatGPT의 시대, 저는 이번 주도 90분짜리 인터뷰를 8시간 동안 풀고 말았습니다. 그 인터뷰는 이번 주 공개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첨부한 이미지는 제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웃집 토토로’의 메이입니다. 가끔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가요?
공원 [01] (2025.03.27)
요즘 한국 밴드 붐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장르는 놀랍게도 슈게이즈입니다. [01]은 그 파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파란노을이 기타와 편곡에 참여해 화제가 된 싱어송라이터 공원의 데뷔작입니다. 슈게이즈 특유의 지글지글한 기타 톤이 돋보이는 더블 타이틀 곡 ‘불꽃놀이’와 ‘문’에서 매력을 느끼셨다면, 첫 곡 ‘윤슬’과 마지막 곡 ‘01’도 체크해보시길 권합니다. 공원의 목소리와 송라이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트랙들이에요.
상반기 케이팝 최고의 기대작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신인 걸 그룹 키키의 뚜껑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젠지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콘셉트와 다소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들은 선공개 곡 ‘I DO ME’에 비해 팀 컬러에 충실한 곡들이 담겨 만족스럽습니다. 808베이스로 타는 컬러풀한 놀이기구 같은 ‘GROUNDWORK’와 ‘BTG’를 추천합니다. 작사에 참여한 이슬아, 이훤 작가와 릴 체리(Lil Cherry), 장석훈의 이름에도 주목해 주세요.
어쩐지 젠지력 대결이 되어버린 이번 주… 는 농담이고요, 지난해 발표한 첫 EP [mom!!iminlove]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09년생 싱어송라이터 ZIN CHOI의 새 앨범 [donotdisturb]입니다. 첫 앨범과 흡사하게 베드룸 팝 무드를 강조한 R&B 팝 트랙이 중심을 잡습니다. 왜곡 없이 담은 10대 여자아이의 시선이 ZIN CHOI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죠. 5곡의 수록곡 가운데 중심에 해당하는 세 번째 트랙 ‘MAGIC 8 BALL’에 귀가 이끌리는데요. 어디선가 느껴지는 프로의 향기, Hitchhiker의 익숙한 손맛이네요. 롤러코스터의 지누이자 우주복에 전신을 감싼 전자음악가, 그리고 ZIN CHOI 아버지의 이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