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8일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연말의 ‘아차’ 포인트, 건강 검진은 다들 잘하고 계신가요? 지병 관련 정기 검진을 월요일 오전으로 잡아 버리는 바람에 반나절 늦게 찾아뵙는 픽서비스입니다. 가족도 민족도 아니고 자기 몸뚱어리 하나 챙기면서 살기가 이렇게 팍팍하다니요. 남은 올해 내내 산 넘어 산처럼 병원 넘어 병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래도 이왕 평생 쓸 거니까 잘 기름치고 조여서 쓸만하게는 굴려 보려고요. 전 이렇게 퇴근길에 만나는 기분도 썩 나쁘지 않은데, 어떠세요? (잘못했습니다) 자주가 아니라 가끔이라면요. (용서해 주세요)
이번 주부터 픽서비스에 작은 콘텐츠가 하나 추가됩니다. ‘PS7Q’라는 제목의 미니 인터뷰입니다. ‘픽(P)서비스(S)와 7개의 질문들(Q)’이라는 콘셉트고요, 픽서비스에 픽 된 적이 있는 앨범이나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재미있는 흐름을 만들고 있는 음악가들의 인터뷰가 정기적으로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たぶん、僕たち(아마, 우리)’라는 첫 일본어 싱글을 발표하고, 오는 12월 10일 첫 일본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입니다. 3PICKS를 넘어 다양한 음악, 다양한 흐름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즐겨주세요!
최제니 [나 원래 웃긴 사람인데] (2025.12.02)
얼마 전 포크 그룹 산만한시선을 만나 인터뷰하며 포크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간 가운데, 결국 포크란 가장 순수한 이야기의 뼈대를 만질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차, 포 다 떼고, 지금 이 순간의 솔직함을 몸이 부서져라 세상에 부딪힐 수 있는 음악. 최제니의 첫 앨범 [나 원래 웃긴 사람인데]가 바로 그렇습니다. 자기 말처럼 무덤덤하게 이어지는 10개의 노래 아니 이야기는 생의 어느 순간 반드시 우리를 스쳐 지나간 희미한 순간에 요령껏 빗질을 시도합니다. 세월의 풍화를 맞은 듯 먹먹한 사운드 속에서 예민한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막 스물 넘어 겨우 가진 나만의 방을 맴돌던 냉기와 습기가 온몸을 감싸안습니다. 첫 곡 ‘나 원래 웃긴 사람인데’부터 먼지 덮인 스무 살 적 일기장을 용기 내 넘기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합니다.
한국 흑인 음악계에서 THAMA와 SHINDRUM은 굳은 신뢰의 이름입니다. 보컬과 드럼이라는 두 사람 각자의 장기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붙여도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냅니다. 그만큼 뚜렷한 음악적 중심이 잡혀 있다는 뜻이기도, 그만큼 범용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 사람들이 모였으니, 의심할 데가 어디 있을까요. 치밀한 계산 같기도, 잼 같기도 한 두 사람의 호흡을 눌러 담은 4곡 안에 가만히 몸을 뉘어 봅니다. 어둠이 조금씩 짙어가는 차가운 도시 한 가운데, 이들이 만드는 리듬에서 뜨끈한 기운이 뭉클 피어오릅니다. 여기에 함께하는 래퍼가 최엘비라니요. 잘 어울리는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서로 자석처럼 알아서 붙는 걸까요.
확실히 시즌은 시즌인가 봅니다. 지금을 놓치면 올해 장사는 끝이라는 기세로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가수들이 겨울 시즌송을 내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aiai의 ‘Christmas Lullaby’를 추천해 봅니다. aiai는 몽환적인 목소리로 개성 있는 R&B를 들려주는 신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특히 로-파이(Lo-fi)한 감각과 만났을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Christmas Lullaby’는 그 큰 맥락 안에서 작동합니다. 클래식하고 재지한 느낌의 겨울 노래를 찾는 분이라면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타닥타닥 소리 내 타들어 가는 벽난로, 느리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불빛, 창밖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앨범 커버 그대로의 감성이 고막 안에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