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가 긴 음악가의 경우,어쩔 수 없이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활동 시기가 나뉘게 됩니다. 입덕 포인트가 다를뿐더러, 삶의 어느 순간에 만났느냐에 따라 감상도 추억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도 아마 그런 대표적인 음악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사실 ‘대표적인’이랄까 가장 ‘극단적인’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다못해 그를 사카모토 류이치라고 부르는지 류이치 사카모토라고 부르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날 거고, YMO 멤버로 기억하는 사람과 [async](2017)나 유작 [12](2023)가 첫 만남이었던 사람 사이 간극은… 그냥 사는 동안 다섯 번 정도 새로 태어나 활동한 음악가라고 소개하는 게 더 납득이 쉬울 지도 모르겠네요. 하긴, 살아 생전 해놓고 떠난 일의 양만 봐도 어떤 게 거짓이고 진실인 지 헷갈릴 판입니다.
제가 류이치 사카모토를 정확히 인식한 건 90년대 말 한 인터넷 음악 방송에서 YMO의 ‘Rydeen’을 듣고부터였습니다. 그전에도 분명 ‘Rain’이나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같은 곡을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국내에서 한참 인기 있던 유키 구라모토나 앙드레 가뇽 같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1이겠거니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땐 저도 어렸으니까 좀 봐주세요) 류이치 사카모토를 ‘자의적으로’ 찾아 들은 뒤 가장 좋아한 노래는 ‘너에게 심쿵(君に、胸キュン。)’, 가장 좋아한 앨범은 [Sweet Revenge](1994)와 [Smoochy] (1995)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대충 제 취향을 감 잡은 분들이 있을 지도요. 이번 주 화요일(15일) 오후 6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디 오케스트라 2014>의 GV가 있습니다. 제 2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상에 빛나는 '록황상제'단편선과 함께합니다. 두 사람 모두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름 팬이지만, 일반적인 취향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튜브 채널 '보코스'의 ‘최애의 최애’에 출연해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이 천박하다’는 충격 발언을 해버린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걸 보니 그리 나쁜 조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aka 용일 교수님에 대한 조금 비뚤어진 수다가 궁금하신 분들, 놀러 오세요! 골고루 잘 차려놓고 기다리겠습니다. :)
신인류 [빛나는 스트라이크] (2025.04.08)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밴드 신인류의 대망의 첫 정규 앨범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너의 한마디’(2018)나 ‘꽃말’(2019) 같은 곡이 입소문 타는 걸 본 것도 벌써 5, 6년 전이니, 오래라 해도 과장은 아니겠죠. 다행인 건, 그렇게 짧지 않은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 만큼 꽉 찬 앨범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이 좋으면 대체로 좋은 앨범’이라는 저의 평소 지론에 딱 맞는 앨범이기도 해요. 마지막 곡이자 타이틀 곡인 ‘일인칭 관찰자 시점’을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 듣습니다.
밴드 세이수미가 드디어 활동에 시동을 겁니다. 새 EP [Time is Not Yours]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노래 ‘Vacation’은 지글대는 기타 퍼즈톤과 세이수미 특유의 느긋한 리듬감이 기분 좋게 조우하는 곡입니다. 이전에 비해 ‘내면의 불안과 성찰’을 강조한 작품으로 이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밴드의 저력을 보여줄 기세가 만만한데요, 이 새로운 여정의 첫 파트너로 밴드 실리카겔의 김한주가 나섰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애와 최애의 ‘이게 되네적'조합이라는 면에서 마음을 주지 않을 도리가 없네요.
バンド「セイスミ」がいよいよ活動を始動します。 新しいEP[Time is Not Yours]の発売を控えて公開した歌「Vacation」は、サクサクしたギターのファズトーンとセイスミ特有のゆったりとしたリズム感が気持ちよく調和する曲です。 以前に比べて「内面の不安と省察」を強調した作品で、今は釜山を代表するアイコンになったバンドの底力を見せる勢いがすごいですが、この新しい旅路の最初のパートナーとしてバンドシリカゲルのキム·ハンジュが乗り出しました。 個人的に推しと推しの「これができるんだな」の組み合わせという面で、心を与えないわけがないですね。
정민혁 [도서대여점] (2025.04.06)
유명 밴드 멤버가 솔로 작품을 낼 때, 사람마다 다를 다채로운 기대가 음악가에게는 부담이지 않을까요. 밴드 라쿠나의 기타 정민혁의 [도서대여점]은 출발선 앞에 잔뜩 모인 기존 리스너와 새로운 리스너 어깨를 사뿐 밟고 저 멀리 가볍게 떠오릅니다. 익숙한 기타에 맞춰 춤추는, 처음 만나는 풋풋한 멜로디가 이렇게나 신선하고 기분 좋은 것이었던가요.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벌써 시계가 넘어간 새벽, ‘다가오는 월요일’을 듣는 마음이 남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