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픽서비스를 받으시는 분 중에 콜드플레이 라이브 보신 분들 많으시죠? 2주에 걸쳐 6일, 내한 가수로는 드문 규모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탓에 ‘나만 콜드플레이 못 봐’적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사람에서 ‘어디 구청에서 표라도 나눠주냐’는 농담을 하는 사람까지 등장할 정도더라고요. 물론 저도 이 소동에 빠질 수 없었습니다. 전 첫날인 16일 수요일에 다녀왔어요. 쁘띠 페스티벌에 가까운 라인업에서 공연장 위치, 공연 규모까지 하루를 통으로 빼지 않으면 즐기기 어려울 거라는 걸 알아서 시간을 넉넉하게 준비했죠. 오랜만에 공연 하나를 위해 하루를 써보니 가끔 의무처럼 체크하던 공연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불편을 감수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이 공연이 얼마나 긴 기다림이고 큰 의미인지, 동시에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봄의 꿈일지요. 콜드플레이의 라이브는 마치 그에 화답하는 듯한 공연이었습니다. 한때 월드 투어를 중단할 만큼 밴드에 중요한 이슈인 ‘환경 문제’를 어떻게 자기들 식대로 풀어낼지, 디지털에서 아날로그까지 어떤 식으로 관객과 가장 가깝게 호흡할지, 무엇보다 꿈과 사랑이라는, 조금 간지럽지만 실은 우리를 가장 살게 만드는 가치를 어떻게 깊이 받아들이게 할지. ‘Look with Love’라는 글자가 쓰인 문 고글을 통해 본 세상에 눈에 보이는 사랑이 얼마나 가득 차올랐는지, 공연을 본 분들은 너무 잘 알고 계실 거에요.
공연을 보고 마음이 벅차오른 사람이 저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공연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사람들, SNS로 공유된 영상을 보고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번 주 공연을 뒤늦게 예매하기 시작했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던 저도 살짝 웃었습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아무런 대기가 없던 예매 창에 수백 명 단위의 숫자가 뜨더라고요. 가실 수 있는 분들은 부디 꼭 한 번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7년 만에 내한한 ‘무정부 요정’ 콜드플레이가 다시 오려면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니까요!
바이바이배드맨 [Zero] (2025.03.25)
올해가 도대체 몇 년도인가 저도 모르게 달력을 확인할 때가 많은 요즘입니다. 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닐 거예요. OASIS가, PULP가 다시 돌아오는 바로 그 해, 밴드 바이바이배드맨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규 앨범으로는 무려 10년 만에 발표하는 [ZERO]는 제목처럼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밴드의 의지가 활화산처럼 꿈틀대는 앨범입니다. 봉길의 짜증내는 듯한 목소리가, 이루리의 화려한 베이스가, 구름의 멜랑콜리함이 그리웠던 분들이라면 분명 만족할 새 앨범입니다. 우선 첫 곡 ‘Zero’부터 ‘빽도’가 없습니다. 활동 기간 동안 자연스레 변해간 바이바이배드맨의 여러 색깔이 자연스레 담긴 점도 밴드를 오래 지켜본 분들에게 반가운 요소일 거예요.
우선 먼저 고백하자면, 저는 베이스를 주요 무기로 사용하는 싱어송라이터를 편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 단추를 윤상(페이퍼모드 베이스)으로 시작했으니 당연한 결과 같기도 하네요. 그렇게 저의 개인적인 사랑의 필터를 빼고 보더라도, 베이스를 치는 우희준의 데뷔 앨범은 심상치 않은 데가 참 많은 작품입니다. 죽음과 수치심을 삶으로부터 떨어내려 하는 몸부림을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도 되는 걸까요? 파라솔의 기타 김나은, 싱어송라이터 omm.., 래퍼 untell 등 피쳐링 진의 활약과 10분이 넘는 연주곡이자 마지막 곡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은 꼭 체크하시기를 바랍니다.
어쩌다 보니 이쪽도 베이시스트의 데뷔작입니다. 아직은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을 이름, ‘멀수’의 데뷔 싱글 ‘아스팔트’는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이름을 들으면 다소 마음의 안정이 찾아옵니다. 당장이라도 녹아버릴 듯한 빌딩 숲 무더위의 한가운데 아득한 곳으로 한 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노래 ‘아스팔트’에는 마스터링에 신재민, 뮤직비디오에 실리카겔 최웅희, 커버 사진에 작가 하태민이 함께했습니다. 최근 멀수가 바밍타이거의 베이스 세션으로 활약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음악에 대한 힌트가 조금 보이시려나요. 물론 곡의 프로듀싱, 작곡, 작사, 편곡, 연주, 믹싱을 모두 담당한 게 본인이라는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