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의 ‘숫자’를 좋아합니다. 음악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 봤다면 몸이건 정신이건 마음이건 뭐든 하나쯤 빼앗길 수밖에 없는 그런 곡이죠. 그냥도 좋았는데 키라라가 숨겨 놓은 의미를 알고 더 좋아진 노래이기도 합니다. 키라라의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저의 솔직한 심정을 조금 더 더해 왜곡해 보자면, 빌어먹을 숫자로 뒤덮인 세상에 숫자로 날리는 어퍼컷 같은 노래랄까요. 사실 ‘숫자’의 탄생 배경은 인터넷 방송에 참여한 시청자들이 무작위로 채팅장에 적은 숫자를 읽은 것뿐이라고 하는데요. 무럭무럭 자란 노래에 맞춰 무의미한 숫자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의 희열 어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세상을 지배하는 척 꺼드럭대고 있는 숫자들을 해체하는 행위예술이 아니고 뭘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방송한 ‘파이오니어 시리즈’의 67분짜리 라이브 영상도 무척 아름다우니 시간 나실 때 한 번 꼭 확인해 보세요. 음악만큼 훌륭한 인터뷰도 꼭이요.
그래서 제가 왜 이렇게 ‘숫자’ 이야기를 길게 했냐면요, 이번 주 ‘픽서비스’에도 숫자 이슈가 하나 생겼기 때문입니다. ‘픽서비스’ 구독자 수가 드디어 1천 명을 넘었습니다! 팔로워 1만이 최저 지지선이고, 10만은커녕 100만도 우습다는 이야기를 듣는 요즘 같은 시대에 1천이 무슨 대단한 의미인가 싶은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전혀, 절대, 결코 아닙니다. 별다른 광고도, 홍보도, 이벤트도 없이 그저 매주 꾸준히 한국의 새 음악을 소개해 드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 뉴스레터를 자발적으로 구독해 주신 분이 무려 1천 명이라는 얘기잖아요? 저에게는 이 ‘오가닉한’ 1천 명이 10만, 100만보다 몇 배는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조금 느린 저를, 그리고 그런 저를 닮은 ‘픽서비스’를 매주 기다려 주시고 함께 읽어주시는 음악 친구들 모두 정말 감사해요. 심지어 다음주가 마침 ‘픽서비스’ 1주년이기도 하거든요. 관련해서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볼 건 없을까, 픽서비스 2호와 머리 좀 굴려 보겠습니다.
아니, 숫자에 헤드록이라도 걸 것처럼 시작해서 결국 숫자 얘기로 마무리를 지어 버렸네요. 그래도 이 숫자는 그 숫자랑 다르거든요? 진짜거든요?
DeVita [The Tree is Burning] (2026.03.04)
앨범을 재생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아는 드비타(DevVita)가 맞나 크레딧을 다시 살펴보기도 했어요. 저에게 드비타는 트렌디하면서도 격 있는 트랙을 만들고 부를 줄 아는 R&B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였거든요. ‘모세의 불타는 떨기나무’를 지칭하는 ‘The Tree is Burning’이라는 앨범 제목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지만, 앨범에 담긴 곡들과 서로 간의 유기성은 더욱 심상치 않습니다. 삶과 영성이 씨실과 날실처럼 깊고 어둡게 얽혀 들어가는 가운데 드비타는 앨범 속에서 이야기와 목소리로 악마가 되었다가는 신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이 이 말이 과장처럼 느껴진다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꼭 한 번 들어 보세요. 공식 계정에 업로드 된 앨범 가사 해석 영상을 함께 보시면 더욱 좋고요. 그 안에서‘Tricycle’ 같은 킬링 트랙을 뽑는 저력도 정말 대단합니다. 앨범 전반을 함께 만든 프로듀서 Te Rim과 Sogong과의 호흡에도 다시 한번 눈이 가네요.
アルバムを再生して驚きました。 私が知っているDevVitaかどうか、クレジットを再度確認しました。 私にとってデヴィータは、トレンディでありながら格調高いトラックを作り、歌うことができるR&Bボーカリストでありシンガーソングライターでした。 「モーセの燃える柴」を指す『The Tree is Burning』というアルバムタイトルからしてただ事ではありませんでしたが、アルバムに収められた曲と互いの有機的なつながりはさらにただ事ではありません。 人生と霊性が経糸と緯糸のように深く暗く絡み合う中で、DevVitaはアルバムの中で物語と声によって悪魔になったり神になったりします。 今私が言っているこの言葉が誇張のように感じられるなら、アルバムを最初から最後までぜひ一度聴いてみてください。 公式アカウントにアップロードされたアルバムの歌詞解説動画も一緒にご覧いただくとさらに良いです。 その中で『Tricycle』のようなキリングトラックを生み出す底力も本当に素晴らしいです。 アルバム全体を共に作ったプロデューサーTe RimとSogongとの息の合ったコンビネーションにも改めて目が向きます。
WOODZ [Archgive. 1] (2026.03.04)
우선 곡 수에 먼저 압도당했습니다. 17곡. 2분 대 곡이 많다지만 이 정도로 많은 곡이 수록된 앨범을 최근 들어 본 적이 있나 싶더라고요. 많은 분이 기다렸을 우즈의 첫 정규 앨범은 아무튼 풍성합니다. 풍성하다는 말 외의 어떤 말을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기선을 제압하는 곡 수도 곡 수지만 곡 단위 완성도도 좋습니다. 첫 솔로 데뷔작부터 누누이 감탄해 온 특유의 하이톤 보컬도 다채로운 색깔로 담겨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대중과의 접점을 살짝 눈치 본 전반부 곡들보다는 중후반에 위치한,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치운 곡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곡이 너무 많아 헤매고 있는 분들이라면 어떤 시절의 서태지가 저절로 떠오르는 랩 메탈 ‘비행’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지하고 그루비한 우즈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BEEP’을 먼저 추천해 봅니다.
한국 흑인 음악계에 애정을 가지고 오래 지켜봐 온 분이라면, 이 싱글에 참여한 세 사람의 이름을 나란히 보는 것만으로 괜히 뭉클한 기분이지 않을까요. 국내 흑인 음악 1세대를 대표하는 그룹 솔리드(Solid)와 제이(J)의 앨범부터 만나온 익숙한 이름 Ann One, 2024년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 함께한 앨범으로 오랜만에 ‘본때’를 보여준 정인, 다양한 장르의 동료와 호흡하며 흥미로운 활동 궤적을 그리고 있는 Horim. 흑인 음악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만나는 70년대, 80년대, 90년대생의 만남이 ‘Soul is Freestyle’이라는 문장으로 묶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요. (아무래도 제일 기쁜 건 저 같네요) 뮤직비디오 댓글에 ‘앨범 들고 올 때까지 즐겁게 들어달라’는 Horim의 댓글에 미리 마음 설레 봐도 될까요.
韓国のブラックミュージック界に愛情を持ち、長く見守ってきた方なら、このシングルに参加した三人の名前を並べて見るだけで、何とも言えない感動を覚えるのではないでしょうか。国内ブラックミュージック第一世代を代表するグループ、ソリッド(Solid)とジェイ(J)のアルバムから親しまれているおなじみの名前Ann One、2024年にプロデューサーのマイルドビーツ(Mild Beats)と共に制作したアルバムで久しぶりに『本気』を見せたジョンイン、多様なジャンルの仲間と息を合わせて興味深い活動の軌跡を描いているHorim。 ブラックミュージックという大きな枠組みの中で出会う70年代、80年代、90年代生まれの方々の出会いが『Soul is Freestyle』という言葉で結ばれることができるのはどれほど嬉しいことでしょうか。(やはり一番嬉しいのは私自身ですね) ミュージックビデオのコメントに『アルバムを持ってくるまで楽しく聴いてください』というHorimのコメントに、あらかじめ心をときめかせていただいてもよろしいでしょう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