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이때쯤이 되면 주위 사람들과 자주 나누는 인사가 있습니다. ‘이런 날씨가 일 년에 며칠이나 될 거 같냐?’ 오늘 하루는 침대와 1분 1초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벌떡, 영차 몸을 일으키게 되는 마법 같은 문장이죠. 지난 주말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바깥 공기 좀 쐬셨나요? 저도 밀린 일을 노려보며 그래도 ‘이런 날씨가 며칠이나 될 거 같냐?’의 결연한 마음으로 나름 열심히 이런저런 광합성을 하며 지냈습니다. 부지런한 친구들 덕분에 요즘 ‘서울국제불교박람회’와 힙한 축제 양대 산맥이라는 ‘용문산 산나물 축제’도 다녀왔는데요, 과연… 대단했습니다. 무엇보다 먼 곳에서 축제를 찾은 사람들을 축제답게 반기기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지역 자원봉사자분들의 헌신과 자부심에 깊은 감명을 받고 왔는데요. 아아 이것은 알량한 몇 개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던 것입니다. 어딘가 언젠가 잘 풀어볼 기회를 노려볼게요.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날들의 아름다움만큼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를 자주 생각하며 말하고 결정하고 움직이려 하는 요즘입니다. 곧 맞이할 5월에는 정답 비슷한 거라도 찾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주도 좋은 새 음악이 많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moyo [moyo] (2026.04.23)
제가 좋은 밴드의 ‘충분조건(Sufficient Condition)’으로 종종 이야기하는 게 있는데요, 바로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멤버들입니다. 필요조건(Necessary Condition)은 아니지만, 충분조건. 아마 공감하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Moyo는 바로 그 충분조건을 깔끔하게 만족시키는 프로젝트입니다. 죠지(george), 쏠(SOLE), 따마(THAMA). 팝 또는 R&B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자기만의 길을 충실히 가던 십년지기들이 모여 만든 팀이거든요. 현실이 아무리 지옥 같아도 오랜 친구들을 만나면 그저 신나기만 한 것처럼, moyo의 음악은 그저 즐거운 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누구야’를 들어 보세요.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원한 맥주 한 잔부터 손에 쥐여줄 테니까요.
NCT WISH [Ode to Love - The 1st Album] (2026.04.20)
그리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NCT WISH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다 보면 하나같이 ‘감도’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 캐릭터 ‘위츄(WICHU)’를 위시한 디자인, 팀의 상징을 활용한 개성 있는 코믹스, 멤버들의 매력을 잘 캐치한 자체 제작 콘텐츠 모두 다요. 그리고 이번에는 음악입니다. 수록된 10곡 모두 ‘SM 보이 그룹 풍 청량’이라는 어느 정도 정해진 모범답안 안에서 오밀조밀한 변화구를 던집니다. 그 미묘함과 섬세함이 NCT WISH만의 차이를 만들고, 아마 그 차이는 점점 커 가겠죠. 그 변화구 속 저는 첫 곡 ‘2.0 (TWO POINT O)’에 푹 빠졌는데요, 마이클 잭슨과 청량의 전형을 적당히 뒤섞은 위로 흐르는 ‘한없이 견고해 보이는 / 세상에 균열을 내려고’ 같은 노랫말에 어떻게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을지로 ‘20세기인쇄사무실’에서 열리는 ‘고감도’ 특별 전시도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2010년대 인디음악 좀 열심히 들었다고 자부하는 분이라면 분명 크랜필드를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유리구슬이 떨어지는 것처럼 영롱한 멜로디와 사운드로 2014년 ‘EBS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차지했던 밴드죠. 3월 초 밴드 인스타그램 계정에 갑자기 새 게시물이 뜨고 제 주위 알만한 사람들 사이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예고 그대로 두 번째 EP [물이 갈라지는 곳]이 발표되었습니다. 마지막 싱글이 2018년이었으니, 정말 오랜만이죠. 수록곡‘키친’의 전주를 듣자마자 엄청난 그리움이 밀려들더라고요. 짧지 않은 세월만큼 대표곡 ‘파피용’을 처음 들었을 때의 반짝임은 조금 탁해졌지만, 그 탁함 속 음악을 향한 발걸음은 더 뚜렷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크랜필드의 음악을 종종 들을 수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