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이 교차한 지난주, 유독 정신없이 보낸 기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보다 행사나 공연이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것도 같아요. ‘한국대중음악상 페스티벌’도 보고, 하가와 이소라 단독 공연도 보고, 영화 ‘마이클’도 국내 최초 시사로 봤습니다. (영화 관련해서는 조만간 글이 하나 나올 것 같아요)
기대가 커서인지 다소 실망하기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기도 한 시간이었는데요. 그 가운데 ‘기대 이상의 만족감’ 1등은 바로바로 하가의 공연이었습니다. 이름을 건 첫 단독 공연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공연을 다 보고 나오면서 뭐랄까, ‘이게 바로 내가 알던 진짜지’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렇게 정제되지 않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하나부터 열까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이받는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무대 위도 아래도 모두가 모든 게 처음인 설렘이 가득한 분위기도 좋았고요. 앵앵콜이 끝나자마자 ‘저 방금 노래하다 중간쯤 느꼈는데요… 이제 더 못할 것 같아요…’라고 거의 반쯤 울면서 말하던 하가의 진심이 전해져서 저도 모르게 엄청 큰 소리로 와하하 웃으면서 공연장을 나왔습니다. 근데 그럴 만도 한 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버린 대운의 히트곡 ‘돌연변이’ 파워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올해 하반기쯤 다시 공연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설마 농담이겠죠? 하루빨리 다시 하가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차씹도가 판을 치는 지금 같은 세상에는 이런 펄펄 살아있는 뜨거움이 더 필요하다고요.
TWS (투어스) [TWS 5th Mini Album 'NO TRAGEDY'] (2026.04.27)
새 앨범의 첫 곡 ‘너의 모든 가능성이 되어 줄게’ 제목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이렇게 오타쿠 진심을 저격하는 단어만 가져온 걸까.’ 미지의 가능성에 모든 걸 던져보는 아이돌과 그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 함께 얻은 성장에 만족감을 느끼는 팬.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아이돌 생태계 속 그래도 분명한 몇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TWS의 [NO TRAGEDY]는 그런 일종의 ‘관념적 만족감’을 팝적으로 아주 정갈하게 담아낸 미니 앨범입니다. TWS가 제일 잘 하는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청량을 바탕으로 6곡의 변주가 산뜻하게 전개됩니다. 앨범 초반에 놓인 첫 곡과 타이틀 곡의 연결도 좋고, 수록곡 면면도 하나같이 만족스럽습니다. 수록곡 가운데에는‘Fire Escape’를 추천하고 싶네요. ‘너만이 나의 구원’이라고 노래하는 곡은 늘 옳잖아요.
어쩐지 오랜만인가 했더니, 앨범 단위로는 2년 반 만의 인사입니다. 소개글에 쓴 그의 말대로 ‘좀처럼 발이 떼어지지 않는 시기’를 보내고 돌아온 이설아는, 다행히도 여전히 이설아입니다.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야기를 담아도 땅에서 조금 발이 떨어져 있는 듯한 특유의 아득함이 그대로예요. 그렇다면 이젠 장소를 살펴보죠. 앨범 제목을 확인합니다. 몽류장.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차편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곳. 쓸쓸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기대하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기필코 존재하는 장소이기도 한 그런 곳. ‘어, 왔어?’ 하며 희미하게 미소 띤 얼굴이 내내 앨범에 어립니다. 딱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이설아 특유의 따스한 팝 감각이 잘 살아난 마지막 곡 ‘우리는 같은 샴푸로 머리를 헹구고’어떨까요.
페퍼톤스의 객원 보컬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이선은 2019년부터 ‘sunwashere’라는 활동명으로 간간이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잔잔한 그의 음악 안에는 요즘 세상이 바라는 자극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오히려 좋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깨끗한 공기를 큰 숨으로 들이키고 싶은 날마다 sunwashere의 음악을 종종 떠올렸습니다. [Good Nothing]은 그런 그의 첫 정규 앨범입니다. 아무것이 아니어도, 아무것도 없어도 좋은, 그런 상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전용현과 공동 프로듀서 이이언(eAeon), 기타에 사공, 이능룡 등의 이름이 반갑습니다. 큰 숨이 필요한 다음 날, 저는 또 이 앨범을 찾겠구나 싶습니다. 앨범을 여는 ‘너 아니면 어쩌면’부터 순서대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정규 앨범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