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의 레터입니다. 격조했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지난해 레터를 시작하고 연휴를 제외하고 건너뛴 주간은 없었는데, 발송 1년 만에 처음 자체 브레이크가 걸렸네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어요. 다들 그럴 때 있지 않아요? 평소랑 별로 다르지 않은 날인데도 이상하게 동력이 생기지 않는 날이요.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요란스럽고, 그렇다고 일상을 그대로 끌어가기엔 좀 빠듯한 기분이 드는. 그래도 열심히 일도 하고, 더워지기 전에 볕도 실컷 쬐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것도 보고, 반가운 사람들도 만나면서 잘 지냈습니다. 참, 지난 주말 재미공작소에서 있었던 ‘씬의 아이들 리유니언 마켓’에서 인사해 주신 분들도 감사해요! 하필 여러분을 직접 뵙는 주에 레터 발송을 못 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 말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더운 날 직접 찾아와 준 친구들도 고마워요. 모두 우정 테스트 통과! 제가 좋은 시간을 보낼 때마다 자동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는데요,‘내겐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가진 것에 비해 과분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늘 생각합니다.
그동안 날씨는 한여름이 되었고, 페스티벌 시즌도 본격적으로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네요. 힘을 내볼 시간입니다!
강지원(Kangziwon) [Ordinary Ever After] (2026.05.06)
계절감 같은 건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앨범 커버부터 이미 패기가 느껴지죠. 실제로 그런 음악들이 수록된 앨범입니다. [Ordinary Ever After]는 2022년부터 EP와 싱글 단위로 꾸준히 작업을 발표해 온 싱어송라이터 강지원의 첫 번째 정규작입니다. 전작들부터 듣는 사람 마음을 믿음직하게 채워줬던 것처럼 앨범 내내 멜로디, 가사, 사운드, 스트링 편곡 어디 하나 곱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잘 차린 한 상을 풍성하게 받아 들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최근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꽉 찬 팝 앨범이 또 있었나 싶더라고요. 앨범이 조금 더 소중해졌습니다. 어떤 곡을 들어도 만족스럽겠지만, 저와 같은 감성을 공유하시는 분이라면 마지막 곡 ‘the dumbers’를 꼭 들어보세요. 사랑에 빠지지 않기 어려울 거예요.
빙카와이(Being可愛い)는 ‘귀여운 게 최고’를 슬로건으로 202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음악 감상 동아리입니다. 정식 그룹이라기보다는 음악과 이미지를 매개로 한 집단(collective)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동아리 부원들의 직업도 DJ에서 에디터, 디자이너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앨범 [THE 可愛い MALL]은 DJING PARTY, Mix tape 발매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던 이들이 처음 정식으로 발매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입니다. 제목 그대로 ‘쇼핑몰’과 관련한 여러 기억과 이미지를 모은 흥미로운 작업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화제였던 ‘홈플러스 폐업 사태’와 겹쳐 더 묘한 감상이 들더라고요. 떠오르는 신예 우희준에서 영상 감독으로 유명한 MELTMIRROR, 일본의 VIDEOTAPEMUSIC까지 참여진의 면면도 재미있습니다. 앨범을 듣기 전 앨범 소개글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감상이 달라지실 거예요. 추천곡은 프로듀서 도일도시의 ‘Me and Mom’입니다. 80년대 SF 드라마 속 쇼핑몰 BGM 같은 매력이 묘해요.
5월이 되면서 케이팝 새 앨범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취향은 따로 있지만 그 가운데 한 장만 들어야 한다면, 역시 이 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골라봤습니다. 지난해 9월 데뷔부터 논란의 그 곡 ‘영크크’를 거쳐 이번 앨범 [GREENGREEN]에 이르기까지, 코르티스는 지금 케이팝에 손을 담그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 한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호불호에만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놓치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간 제가 가장 관심을 가져온 ‘케이팝의 확장 방향’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역시 저는 여기저기 눈치 보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밀어붙이는 게임이 좋네요. 타이틀곡 ‘REDRED’가 무척 잘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