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부터 던지고 시작하겠습니다. 양심고백합니다. 이번 주도 콜드플레이가 제 플레이리스트의 최상단이었습니다. 지난주 레터를 보내고 ‘나만 콜드플레이 못 봤다’는 원성이 자자했던 터라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저인걸. 빡빡한 일정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주일 내내 딱 하루만 더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하루에 5만 명씩 사람을 모아도 이제 그만 보고 싶다는 사람보다는 나도 보고 싶다는 사람만 점점 늘어 가더라고요. 갑자기 십 년도 훨씬 전 코첼라가 처음으로 페스티벌 온라인 중계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러면 누가 페스티벌을 직접 보러 가냐’고 했던 사람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흥행은 결국 공연 내용이 좌우하더라고요. 그 후로 코첼라는 같은 라인업으로 2주 연속 페스티벌을 여는, 예전만한 인기는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세계에서 손 꼽히는 전무후무한 규모의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으니까요.
사실 저 그렇게까지 콜드플레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좀 쑥스럽네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평소엔 별로 관심도 없던 배우가 작품만 나오면 좋아지는 거. 지금 제가 밴드 버전으로 그걸 좀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국 밴드는 스웨이드나 펄프 같은 약간 비틀린 타입들, 그리고 블러거든요. 신기하게도 세 팀 모두 최근 2, 3년간 그 언제보다 열심히 세계 투어를 하고 있어서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누구 좋으라고?) 공연을 보고 나서 마음에 남는 곡도 바뀌었는데요, 원래 제 콜드플레이 올웨이즈 원 톱은 ‘Fix You’거든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 ‘ALL MY LOVE’를 정말 두고두고 듣고 있습니다. 이제 가끔 뜨겁기까지 느껴지는 봄볕을 한참 받는 것처럼 속부터 온기가 차오르는 곡이에요.
권진아 [The Dreamest] (2025.04.25)
혹시 ‘내가 만약 저런 목소리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전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목소리를 만날 때마다 지겹게 해 본 상상인데요, 권진아의 정규 3집 [The Dreamest]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그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목소리가 예쁘고 노래를 잘하면 매일 같이 얼마나 노래가 하고 싶을까요? 앨범은 제 그 마음을 대신 알아주기라도 하듯 권진아의 목소리로 해보고 싶은 걸 전부 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제처럼’,‘빛’을 부른 제이(J) 풍 90년대 R&B ‘stillmissu’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는데요, 여러분의 최애 곡도 궁금합니다. 각자의 최애 곡이 다른 게 당연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곡들이 꽉 눌러 담긴 한 장이에요.
이달의 소녀 멤버들의 그룹 이후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이브의 작업 이후 또 재미있는 앨범을 또 만났어요. 츄의 세 번째 미니 앨범은 절대 만만치 않았을 갖은 잡음과 지난 시간을 뒤로 하고 한껏 가벼워진 봄옷에 묻은 빗물을 탁탁 털고 상큼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전작들보다 세련이 한 스푼 더해진, 촉촉한 팝 트랙이 다섯 곡 꽉 차 있습니다. 요즘 케이팝 팬들 사이 ‘느좋’이라는 입소문이 상당한 앨범 관련 영상도 한 번 훑어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우선 뮤직비디오부터요.
앨범을 소개하기 전 설명을 좀 덧붙여야겠습니다. 이 앨범을 들은 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주 화요일 오후였어요. ‘음악’이라기 보다는 ‘사운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앨범 탓에 평소의 저라면 분명 금방 집중력을 잃었을 텐데, 낮은 하늘과 빗방울들이 이 앨범을 제 피부에 가깝게 대어 놓았습니다. 마침, 봄이잖아요. 계절이 피어나는 모습을 저속 촬영한 타임랩스 화면처럼, 앨범을 들으면서 Naojusung(나오주성)이 수집해 온 소리가 천천히 피어나는 모습을 새싹처럼, 꽃잎처럼, 개미 떼처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앨범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김뜻돌이 보컬로 참여한 ‘영원한 빛’부터 시작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