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유로운 오후입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날씨 앱을 확인하니 기온이 섭씨 24도, 습도가 50%더라고요.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씨의 숫자구나. 잘 기억해 두기로 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하나씩 자세히 알아가는 건, 나이와 함께 챙길 수 있는 가장 큰 미덕 같아요.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오기 전 여러 이벤트가 많네요. 어제는 카페침묵에서 음악평론가 동료 김학선과 함께 음악 감상회를 진행했습니다. 음감회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나름 고심해 골라 온 노래를 처음 트는 그 순간이 정말 긴장되거든요. 저 혼자 오래, 많이 좋아해 온 친구를 다른 친구들에게 처음 소개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도 될까요. 평일이라 피곤할 텐데도 노래 하나하나 진지하게 듣고 흔들거리는 고개와 등을 내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어제 준비했지만 못 들려드린 노래 하나 보너스로 놓고 갈게요. 7월 초쯤 좋아하는 음악 나눠 들을 기회가 한 번 더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한 번쯤 함께 꼭 음악 이야기를 해보고 싶던 분도 조심스럽게 모셔봤으니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테마는 오랜만에 케이팝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두 개의 음악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전국에서 잘 논다는 사람이 다 모인다는 소문 자자한 ‘DMZ 피스트레인’과 올해 첫 개회를 앞둔 ‘영희 페스티벌’이죠. 제 주위에서도 둘 중 어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저도 몸을 찢을 수도 없고… 결국 두 탕을 뛰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러니 감기가 일주일째 안 떨어지죠) 다음 주에도 몸 바친 만큼 재미있는 후기 끓여 오겠습니다. 주말 페스티벌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요!
PAR [나의 소울] (2026.06.04)
이번 주에 이 앨범을 얼마나 많이 돌려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을 때마다 새롭고, 들을수록 궁금해졌거든요. 서울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PAR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인 [나의 소울]은 그동안 그가 주로 들려준 인디-팝-일렉트로니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넓은 세계를 탐구합니다. 무엇보다 그 넓이가 청각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반영된다는 게 이 앨범의 무시무시한 점이에요. 재미있는 팝인가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갑자기 복잡한 미로 속으로 내던져지고요, 노래가 그리는 감성에 푹 젖어 있다 보면 눈앞에 거대 게임 퀘스트가 뚝 떨어집니다. 그런 게 가능할 리 있겠냐고요? 들어 보면 압니다. 심지어 가요나 팝적 감각도 기가 막힌 데요, ‘미안하게 됐어’나‘밀레니얼 제트’같은 트랙을 먼저 들어 보세요. 정말 이 사람 뭐지 싶으실 거라니까요.
요즘 케이팝 듣는 마음이 좀 무뎌졌나 싶었습니다. 잘 만든 앨범도 많고 재미있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그룹도 없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케이팝 이야기를 하며 흥이 나지 않더라고요. 심장이 움직여야 뭘 해도 할 수 있는 비효율 인간으로서 쉽지 않다 싶은 날들이었죠. 샤이니의 앨범 [Atmos]를 들으며, 그 무기력증이 비로소 조금 치유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Atmos]는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이 제대로, 잘 해온 것에 집중하는 데뷔 19년 차 케이팝 보이 그룹의 이데아 같은 앨범입니다. 몽환적이고 청량한 샤이니 특유의 하우스 트랙이 이어지며 만드는 속도감도 좋지만, 네 사람의 화음이 만들어내는 쾌감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타이틀곡 ‘Atmos’는 되도록 크게, 수록곡 ‘Hours’도 꼭 잊지 말고 들어 보세요.
사실 다른 앨범을 추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며칠째 이 곡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한 번 추천하고 가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소개해 봅니다. ‘BUMPA’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즐기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곡 설명을 꼭 닮은, 우리가 각자 좋아하는 음료 한 잔을 들고 가장 기분 좋게 몸을 흔들고 있을 때 기다렸다는 듯 BGM으로 흘러나올 법한 노래입니다. 태국 코사무이에서 촬영한, 위태로우면서도 이상스레 평화롭고, 끈적하면서도 청량한 비비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뮤직비디오도 꼭 함께 감상하세요. 저의 2026년 여름 노래는 아무래도 이 곡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