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픽서비스가 스팸 메일함에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스팸 처리한 거 아니냐고, 귀찮으면 말로 하라고 지인들을 구박했는데 아 이런. 지난주에는 제 메일함에서 스팸 처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똘똘한 픽서비스 2호의 조사에 따르면 발송 주기가 비정기적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요, 덕분에 지난주 반성 2배 이벤트를 맞이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월요일로 돌아온 픽서비스입니다. 어그러진 주기를 다시 맞춰보겠다는 혼신의 의지였는데요, 과연 이 의지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여러분과 스팸 메일함이 지켜봐 주시겠지요? 혹시 메일이 안 들어온다 싶으면 꼭 스팸 메일함을 확인해주세요. 죽지 않았습니다. 갈 데까지 가보겠습니다.
날이 부쩍 더워진 만큼 저의 일상도, 새 앨범들도 열을 받아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하루들 보내고 계세요? 저는 해도 해도 쌓여 있는 일을 남 일처럼 멍하니 바라보며, ‘HOPE’와 ‘마티 슈프림’과 ‘가스 인간’을 봐야 하는데 생각만 하며, 한반도 최고의 ‘비하인드’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간 자주 들은 음악은, 여기 있고요.
김승주 [미완성바이러스] (2026.06.29)
평생 철이 들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살아도 좋을 것입니다. 나이에 숫자를 하나씩 더해가면서 느끼는 건데요, 철들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하던 이야기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큰일처럼 말하던 어른들의 세뇌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조금도 철 들지 않은 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사람, 김승주입니다. 인트로 트랙 ‘미완성바이러스’가 우리 모두가 철 들지 않았던 시기의 문을 활짝 열고 나면, 그다음은 그가 솔직하게 쏟아놓는 미숙한 이야기에 그저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타이틀 곡 ‘불행의역사’의 치열함도 좋지만, ‘유년의백신’의 새로운 시도에 귀가 자꾸 끌립니다. 무엇보다 ‘너흰 너흴 절대 버리지 말아 줘’라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어떻게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 곡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우선 예상치 못한 조합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물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제이 솜(Jay Som)은 마음을 간지럽게 만드는 인디 록, 드림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일 텐데요. 각각 2017년과 2019년 발표한 [Everybody Works]과 [Anak Ko]로 국내 마니아에게도 꽤 사랑받았던 기억입니다. 그리고 그와 만난 김뜻돌 특유의 꿈처럼 헤매는 청춘의 정서는, 당장이라도 손가락 사이로 흩어져 사라질 것처럼 희미하게 그러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반짝임을 남깁니다.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어느 젊은 날의 별일 없어 별일이었던 오후처럼요. 곡 후렴구의 흔들리는 허밍을 반복해 들으며 그 감정이, 감성이 얼마나 섬세하게 담긴 노래인지를 실감합니다.
최근 케이팝에서 전자 음악계까지 이처럼 말 많았던 앨범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긍정과 부정, 모두에 자리했죠. 전 케이팝은 말을 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작 들려야 할 말이 크게 들리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요, 세븐틴의 버논과 디에잇의 유닛 V8의 앨범으로 인해 둑이 터진 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춘의 질주’를 왼손에, 전자 음악을 오른손에 들고 달려 나가는 음악은 완성형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현재진행형입니다. 왜 그렇지 않겠어요. 지금 이들은 목적지를 모른 채 달려가는 중이라니까요. 완성을 우러러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깨지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에 마음이 기우는 분에게는 특별히 더 권하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그사이 피어나기 마련인 우정과 존중을 엿보고 싶다면 전자 음악가 KIRARA(키라라), 한정인의 참여로 화제가 된 ‘미아’를 우선 권하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