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저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전주국제영화제의 여운을 느끼며 느긋하게 이 레터를 쓰고 있어야 맞습니다. 매해 5월이 되면 영화제에 일하는 친구를 따라 내려가 걱정 고민 없어 며칠씩 먹고 자는 호사를 누려왔거든요. 5월의 전주는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영화가 있어도 없어도요. 벗 그러나, 유난히 긴 올해 연휴는 저에게 그런 행복을 호락호락 선물해 주지 않았습니다. 벌써 한 달 전부터 좀처럼 풀리지 않는 KTX 매진 버튼이 내심 불안하긴 했어도 정말 이렇게 끝까지 ‘단 한 장 도’ 제 손에 쥐어지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제 인생 모토가 ‘어떻게든 한 장은 나온다.’ 거든요. 공연도 아니고 KTX 눈치 작전에 이렇게 장렬하게 패배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영화제 일정은 아직 남아 있지만, 개인 일정상 내려가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이 아픈 경험을 뼈에 알알이 새겨, 내년에는 기필코 전주행을 성공해 내고 말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이번 주 전주에 가시는 분 가운데 저 대신 ‘디드 커피(DID COFFEE)’ 가서 에스프레소 마셔주시고, ‘아이마미따’에 가서 타코 먹어주실 분 계신가요. 제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래요… 혹시 정말 드시게 되면 계정 태그 부탁합니다. 올해는 그렇게 대신이라도 먹어야겠어요😇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연휴에도 멈추지 않는 ‘픽 서비스’ 즐겨 주세요!
Say Sue Me [Time is Not Yours] (2025.04.30)
당연히 좋겠거니 했어도 이런 식으로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2022년 10주년 맞이 EP [10] 이후 2년 반여 만에 발표하는 세이수미의 새 EP는 누구나 알고 있듯 이들이 ‘좋은 밴드’라는 사실에서 ‘밴드’에 그 언제보다 강한 방점을 찍는 앨범입니다. 여러모로 예전보다 전진과 실행 속도가 더뎌진 중견 밴드의 무게를 느끼며, 흔들리고 부딪혀도 어떻게든 다시 나아가는 밴드의 단단한 근력이 앨범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발매 전 먼저 공개했던 ‘In This Mess’를 한 번 들어보세요. 6분 35초라는 걸 믿으실 수 없을 겁니다. 원래도 좋아하는 밴드지만, 앞으로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当然いいだろうと思っても、こんな風にいいとは思いませんでした。 2022年10周年を迎えるEP[10]以後、2年半ぶりに発表するセイスミの新しいEPは誰もが知っているように、彼らが「良いバンド」という事実から「バンド」にいつにも増して強い傍点を打つアルバムです。 色々と以前より前進と実行速度が遅くなった中堅バンドの重さを感じ、揺れてぶつかっても何とか再び進むバンドの硬い筋力がアルバムのあちこちで感じられます。 発売前に公開した「In This Mess」を一度お聞きください。 6分35秒というのが信じられないでしょう。 もともと好きなバンドでしたが、これからもっと好きになりそうです。
KATSEYE ‘Gnarly’ (2025.04.30)
잔잔하게 흘러가던 2025년 케이팝 계에 폭탄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캣츠아이는 지난해부터 케이팝 화제의 중심에 자리한 ‘현지화 그룹’을 대표하는 이름이죠. ‘Gnarly’는 이들이 2025년 처음 발표하는 싱글로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야망을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다양하게 변주되는 둔탁한 금속성 비트, 위험해 보이는 핫 핑크와 네온 그린 컬러, 마트 진열대처럼 패킹된 멤버들의 얼굴, 조심성 없이 날아드는 Fuck, Shit, Tesla 등의 비방용 단어.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더해졌을 때, 새로운 케이팝을 기다린 여러분의 심장이 반응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주 ‘WORK’의 ‘시사인’ 칼럼과도 연결된 노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음악을 곁에 두고 살며 즐거운 순간이 참 많지만, 이런 앨범을 만날 때가 특히 짜릿합니다. 이름도 성도 처음 듣는 음악가가 가지고 태어난 귀한 보석을 아낌없이 한 아름 선물해 줄 때, 이게 웬 떡이냐 싶죠. 노래하는 진호, 나일론 기타와 코러스의 지은, 일렉과 어쿠스틱 기타 및 각종 사운드 효과의 가람이 모여 만든 Panema의 노래는 정말이지 꾸밈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태어나 처음 음악을 듣고 느낀 순수한 기쁨이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고 할까요. 광합성을 많이 한 전자양이나 무키무키만만수 노래를 듣는 이 기분! 타이틀 곡 ‘Papaya’부터 먼저 들어 보시죠.